등록날짜 [ 2014-09-23 23:15:57 ]
포르투갈 어느 교회에서 한정덕 피아니스트가 연주하고 있다.
‘알메이다’라는 도시 축제에 초대받아 연주회 열어
피아노로 찬양하며 천국에서 받을 감명 새삼 느껴
분주한 시간이 지나갔다. 지난 8월 27일(수) 저녁 ‘알메이다(Almeida)’라는 포르투갈 소도시를 방문해 연주회를 열었다. 포르투갈에서 남편(조두원,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세계유산담당자)이 국제학술세미나 발표를 했는데, 나도 피아노 연주로 초청돼 함께했다.
‘알메이다’는 도시 전체가 문화유적지로서 그 가치가 높다. ‘알메이다 요새’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포르투갈 서북부 스페인과 인접한 국경 지대에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12개 모서리를 가진 별모양으로 독특하게 생긴 요새다. 이곳은 16세기 스페인과 벌인 전쟁에서 함락당하기도 했으며, 17세기 초에는 스페인군을 두 차례나 막아낸 요새로 유명하다.
12개 모서리를 가진 별모양의 알메이다 도시 전경.
또 요새 주변에 있는 시가지는 중세시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과거에는 금화를 제조할 정도로 권력의 상징이던 도시로, 많은 사람이 이곳에 거주했다고 한다.
지금은 시민 대부분이 노인이고 소수 젊은 층, 문화유적관리자 등 몇백 명 정도가 살고 있다. 도시 이곳저곳에 아기자기한 옛 건축물과 독특한 돌길과 골목 사이사이를 보며 유럽 정취를 느껴보았다.
현대 문명의 발달로 세계 도시 대부분이 거대하게 팽창하는 추세에서 알메이다와 같은 아름다운 마을은 과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뜻밖에도 학술세미나와 연주회는 알메이다 시 큰 축제의 순서에 들어 있었다. 3박 4일간 열리는 학술세미나는 알메이다 시의 큰 행사로서, 과거 포르투갈 군이 영국.프랑스 연합군과 벌인 전쟁에서 승리한 역사적 사건을 시연 극으로 재현했다. 도시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이 전쟁 극에 참여하고, 큰 장터를 열어 다른 지역 사람들을 방문하게 하는, 문화적으로 큰 사업이었다.
이러한 큰 축제의 한 행사로 열린 이번 피아노 연주회는 알메이다 시민에게는 문화적인 빈곤을 채워주고, 다른 도시 사람들에게는 방문을 이끄는 한 순서가 됐는데, 알메이다 시장님이 우리 부부를 크게 환대해 주었다. 사실 도시가 무척 쇠퇴해 오르간은 있어도 그랜드피아노는 한 대도 없었다. 다른 도시에 사는, 알메이다 시장의 친구가 제공해 주어 연주회를 열었다.
연주 초청을 받았을 당시 곡 선정으로 고민했다. 하나님께 먼저 찬양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다. 결국 연주 장소가 교회로 결정되자 마음 편하게 ‘주기도문 송’을 첫 곡으로 정했다. 이어 쇼팽 작품 6곡을 정하고, 앙코르곡으로는 우리 교회에서 연주한 적이 있는 ‘참 아름다워라’로 정했다.
연주회는 남편이 세미나 발표한 날 저녁, 만찬 전에 열렸다. 유럽 중에서도 저녁 식사가 유난히 늦은 나라가 포르투갈이 아닐까 싶다. 밤 9시 이후에 저녁 식사를 한다니 새삼 풍습 차이를 느꼈다.
연주 장소는 아담한 예배당이었다. 마이크 없이도 뒤에 앉은 사람까지 전혀 불편하지 않게 소리가 들리지만, 간혹 잔향이 있어 문제였다. 그런데 이 교회는 무척 깨끗하기도 하고 잔향이 없어 연주 내내 불편함 없이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연주가 끝나자 많은 사람이 연주에 대한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어디서나 연주하고 나면 사람들이 그 연주자를 기다리며 악수하거나 포옹하며 감사의 말을 전하는 연주에 답례하는 문화가 있다. 이곳에서는 신기하게도 모두 마지막 곡인 찬송가 ‘참 아름다워라’를 가장 인상 깊게 들었다며 작곡가가 누군지 물어보고, 어떤 분은 연주 장면을 직접 녹화하여 보여주며 곡 설명을 부탁하기도 했다.
쇼팽 곡보다 찬송가를 더 아름답고 감명 깊게 들은 그분들의 모습을 보며, 어쩌면 하나님이 찾고 있는 잃어버린 자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게다가 연주회 이후 내 음악에 관심을 둔 여자 의사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부족한 영어로 내 손을 치유해 주신 하나님의 살아 계심과 이적을 간증하며 그분에게 하나님을 전하였다.
지금도 그분을 생각날 때마다 기도하고 있다. 정말 이 모든 상황과 여건을 허락하신 하나님을 생각할 때마다 연주 역시 내 것이 아니요, 나 역시 하나님의 허락 없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하나님을 아직 만나지 못한 하나님의 자녀들이 구원의 역사를 통해 천국에서 ‘참 아름다워라’를 마음껏 찬양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 한정덕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Maastricht)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
헬몬찬양대 피아노 반주자
위 글은 교회신문 <40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