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왜 찬양곡마다 연주자가 바뀌는 걸까

등록날짜 [ 2014-10-07 16:01:13 ]

연주회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 초보자에게는 다소 생소

악기군의 균형과 음향 효과 등 최상의 연주를 위한 것



“한 곡이 끝났을 뿐인데 단원 여러 명이 우르르 나가네요! 집에 가는 건가요?”

“연주가 다 끝난 것 같은데 지휘자는 왜 자꾸 무대로 나오죠?”
 

음악회에 익숙한 이에게는 당연한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무척 궁금한 일이 될 수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처음 가본 이에게는 연주자가 연주 전에 음을 맞추며 조율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질 수 있고, 청중의 박수갈채에 답해 무대를 들락날락하는 지휘자의 커튼콜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오케스트라의 조율과 지휘자의 커튼콜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오케스트라 단원 여럿이 무대 뒤로 퇴장하거나 입장하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생긴다.
 

“왜 연주하는 곡마다 연주자들이 바뀔까? 곡에 따라 연주자 수가 정해져 있을까? 연주자의 수는 작곡자가 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지휘자가 정하는 걸까?”
 

이 질문의 답을 알기 전에 먼저 오케스트라 음악회의 일반적인 흐름과 연주되는 작품의 성격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가본 사람이라면 오케스트라 연주회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체계적인 틀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다. 모든 음악회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통상적인 틀은 대개 다음과 같다.
 

처음에는 음악회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오페라 서곡으로 시작해서 유명 연주자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하는 협주곡이 연주된다. 그리고 휴식 후, 오케스트라의 기량을 보여줄 대규모 교향곡이 연주된다. 작곡가가 악보에 지정해 놓은 악기의 종류나 수도 곡마다 다르다.
 

오케스트라만 연주하는 서곡이나 교향곡은 대개 많은 수의 악기를 필요로 하는데 비해 독주자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협주곡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악기 수도 줄어든다.
 

악기 수가 너무 많으면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커지고, 협연자의 소리가 묻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곡가들은 교향곡을 작곡할 때보다 협주곡을 작곡할 때 대개 악기를 적게 편성하기도 한다. 첫 곡으로 연주되는 서곡이 끝나면 협주곡 연주를 하지 않는 단원들이 무대 뒤로 빠져나가는 이유다.
 

그렇다면 작곡가는 연주하는 곡마다 연주자 수를 정해 놓았을까. 어느 정도는 그렇다. 작곡가가 쓴 관현악곡의 악보를 보면 필요한 연주 인원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유명한 교향곡 제 5번 ‘운명’의 호른 섹션의 경우 악보에 제1호른과 제2호른 파트의 악보가 그려져 있다. 따라서 이 곡을 연주하려면 최소한 호른 주자 2명이 있어야 한다.
 

관현악의 규모를 쉽게 살펴볼 수 있는 일조의 규칙도 있다. ‘2관 편성’ ‘4관 편성’이라는 용어가 그것이다. 목관악기는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과 같은 4가지 악기 ‘패밀리’로 구성된다. 작곡가가 악보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 각 악기가 두 대씩 나와서 목관이 8명 정도가 되면 2관 편성, 그 두 배 인원은 4관 편성이 된다.
 

금관도 이에 균형을 맞추려고 4관 편성의 경우 대체로 2관 편성의 두 배 인원이 투입된다.
 

관악기 수에 따라 현악기 수도 음량을 맞춰 정할 수 있으니, 이에 따라 현악 연주자들의 수를 산출하면 그 곡의 인원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단, 현악 연주자들은 똑같은 파트의 악보를 여러 사람이 연주하기에 연주 인원이 증감하기도 한다.
 

낭만주의 중기의 2관 편성 작품에서는 제1바이올린 12명을 시작으로 제2바이올린 10명, 비올라 8명, 첼로 6명, 더블베이스 4명 식으로 음높이가 잦은 파트일수록 2명씩 줄어든다. 이것이 오늘날 대체적인 표준처럼 간주된다. 이런 편성의 경우 전체 연주 인원은 대략 60명 안팎에서 결정된다.
 

관악기 수도 정해진 것 같지만 실제 연주회에서 연주 인원을 결정할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호른이나 트럼펫 같은 금관악기는 연주 중 에너지 소모가 많기에 거의 예외 없이 보조 단원들이 투입된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왜 연주하는 곡마다 연주자가 바뀌는 걸까? 곡에 따라 연주자 수가 정해져 있을까? 연주자의 수는 작곡가가 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지휘자가 정하는 걸까?”
 

곡에 따라 연주자의 수는 물론 바뀔 수밖에 없으며 연주하는 악기의 종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작곡가들이 음악을 작곡할 때 이상적인 소리와 음향 효과를 고려해 연주하는 악기와 필요한 파트를 악보에 표시해 두기 때문이다. 또 실제 연주할 때는 여러 가지 이유로 연주자의 수가 변한다.
 

악기 군의 균형과 음향 효과에 대한 지휘자의 판단이나 혹은 객원 연주자를 구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유에 따라 오케스트라의 연주 인원은 변화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연주 인원 정하는 문제도 지금 주어진 상황 속에서 가장 최선의 연주를 하기 위한 목적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이다.


/ 유민호

CTS 교향악단원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위 글은 교회신문 <40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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