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가을 그리고 낙엽에 어울리는 재즈

등록날짜 [ 2014-11-18 09:01:30 ]

유럽 클래식과 미국 흑인 음악의 절묘한 혼합 장르

내년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찬양 사역에 쓰임받기를



 

매일 지나는 길인데도, 샛노란 은행잎이 뒹구는 거리를 보노라면 목석같은 사람도 감성에 빠지고 ‘사색’에 잠기는 사람이 많은 계절이다. 이제 가을이라기보다 겨울에 가까운 날씨이지만, 가는 가을에서 느낄 달콤한 낭만의 여운을 애써 붙잡아 본다.

 

가을에 어울리는 음악을 꼽으라면 재즈를 들 수 있다. 엄격한 클래식 음악에 비해 자유롭고, 단조로운 파퓰러 음악보다는 심오한, 재즈만의 고유의 느낌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재즈는 유럽의 클래식과 미국의 흑인 음악이 절묘하게 혼합된 장르로, 본격적인 장르의 발달로는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다. 재즈의 기원과 역사, 장르를 따지려면, 내가 가진 지식으로는 좀 더 공부해야 하지만, 내가 아는 재즈, 내가 느끼는 재즈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재즈에 대한 나의 주관적인 감상 포인트는, 재즈만의 리듬감, 재즈만의 화성(무수한 변주에 의한 독창적 화성), 예상을 뛰어넘는 즉흥 연주의 구성이다.

 

자주 연주되는 재즈 레퍼토리를 스탠다드 재즈라고 하는데, 유명한 팝이나 뮤지컬 곡 또는 재즈 뮤지션들이 직접 작곡한 곡 등을 연주한다. 실제로 『리얼북』이라 불리는 악보 묶음에는 수많은 스탠다드 재즈들이 수록되어 있다.

 

재즈의 비밀이 밝혀질 것만 같던 『리얼북』을 열어보면 누구나 실망을 하게 된다. 멜로디 한 줄에 코드가 적힌 악보 한 장이 전부인데, 이 악보를 가지고 어떻게 수많은 버전의 엄청난 음악이 나오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클래식의 변주곡과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재즈는, 처음 귀에 익숙한 주제 멜로디를 연주하고 그 멜로디를 반복해서 즉흥으로 변주하여 연주한다. 한 사람이 연주할 때도 있고, 밴드가 연주할 때는 솔로 악기들이 돌아가면서 즉흥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연주가 계속되면서 음악은 고조되고, 연주자의 기량과 음악성이 잘 나타난다. 즉흥 연주의 특성상 같은 레퍼토리를 연주하더라도 연주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악이 되고, 같은 뮤지션의 연주라도 똑같은 연주는 없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낙엽(Autumn Leaves)’이라는 작품은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이 계절에 들어보기에 적당한 음악이다. 각양각색의 뮤지션들이 다양한 구성과 음색, 장르로 연주하였다.

 

이렇게 매력적인 재즈 음악은 클래식 작곡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라벨과 거쉰은 재즈를 이용한 클래식 작품을 많이 남겼고,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도 많이 알려져 있다.

 

찬송가를 재즈의 레퍼토리로 사용하는 예도 많다. 악보와 음반을 통해 찬송가를 재해석하고 젊은 세대에게 더 친근하게 멋있는 찬송가를 소개하기도 한다.

 

한 가지 방법, 한 가지 악기, 정해진 방법으로만 하나님께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다양하고 자유롭게 주님을 찬양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감사하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음악가들이 어떠한 장르든지, 가는 곳마다, 연주하는 자리마다 주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는 것이 그 사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11월은 우리 교회 회계연도로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이다. 한 해를 어찌 지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며, 감미로운 재즈와 함께 새로운 한 해를 기대해 본다.


/ 추은희
  작곡가
  수원여대 외래교수

 

위 글은 교회신문 <41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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