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친해지기] 교향곡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등록날짜 [ 2014-12-02 13:06:35 ]

위대한 작곡가들이 작품 속에 남긴 노력의 결정체

우리도 인생을 통해 영원히 남을 일을 만들어 가야



교향곡의 사전적 의미는 ‘관현악으로 연주되는 다악장 형식의 악곡’을 뜻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교향곡의 진정한 의미를 말하기는 부족하다. 교향곡의 원어는 심포니(Symphony)다. 그리스어에서 그 어원과 의미를 찾아보면, ‘소리의 모음’ 또는 ‘조화’를 뜻한다.

 

우리는 대부분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을 ‘교향곡의 아버지’로 알고 있다. 물론 하이든 이전 시대에도 교향곡이 있었고, 그와 비슷한 모습의 음악적 양식도 등장했다. 하지만 하이든에 이르러 교향곡이 지금과 같은 형식으로 정리되고 발전했으며, 또 그가 교향곡을 100곡이 넘게 작곡하였기에 하이든을 교향곡의 아버지라 부르는 데는 이견이 없다.

 

어쨌든 중요한 점은 교향곡이 작곡가에게 가장 중요한 양식이라는 것이다. 많은 작곡가가 훌륭한 교향곡을 쓰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그 노력은 그들이 써온 작품 수를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이든은 교향곡을 100여 개 남겼고, 모차르트는 교향곡 41개를 남겼다. 하지만 베토벤이 그의 불후의 명작으로 교향곡 9개를 남긴 이후로는 많은 교향곡 작곡가가 그것보다 적거나 많아도 열 개 남짓 한 작품만 세상에 남겼다.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이 쓴 교향곡 아홉 개는 작품 하나하나가 음악적 성취를 이뤄서 후세 사람에게 교향곡의 교과서처럼 여겨진다. 1번, 2번 교향곡은 베토벤의 선배 작곡가라 할 수 있는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전통을 전수받은 듯한 느낌이지만, 3번 교향곡 ‘영웅’부터는 베토벤의 독특한 개성과 도전 정신을 느낄 수 있다.

 

5번 교향곡 ‘운명’은 가장 널리 알려진 명곡이다. 여기서 베토벤은 끊임없는 도전 정신을 승리로 승화시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6번 교향곡 ‘전원’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외함을 음으로 그린 화폭처럼 표현하려 했다. 9번 교향곡 ‘합창’은 사람의 목소리를 교향곡에 사용함으로써 교향곡의 새로운 지경을 열었다.

 

베토벤의 정신을 이어받으려 한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는 교향곡 4개를 작곡하였다. 특히 1번 교향곡은 초안부터 곡의 완성과 초연까지 거의 2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만큼 브람스는 첫 교향곡을 쓰는 데 조심스러웠고, 사람들의 이목을 부담스럽게 느꼈으며, 그만큼 정성을 다해 썼다고 볼 수 있다.

 

또 4번째 교향곡을 쓴 후 20여 년 세월을 보내는 동안, 단 1편의 교향곡도 추가하지 못했다는 점은 브람스가 교향곡이라는 장르를 얼마나 어렵게 생각하고 또 얼마나 신중히 다루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러시아 음악가 차이콥스키(Pyotr llich Tchaikovsky, 1840~1893)는 교향곡 6개를 완성했다. 러시아에서 아직 이렇다 할 서양 작곡가를 배출하지 못하던 시절, 차이콥스키는 전통적인 양식으로 교향곡을 만들었다. ‘비창’으로 불리는 마지막 교향곡은 전통을 깨고 1악장은 느리고 장엄하게, 2악장은 4분의 5박자의 조화롭지 못한 왈츠 같은 느낌으로, 3악장은 마치 마지막 악장으로 느껴질 듯한 행진곡풍의 신 나는 곡으로, 마지막 악장은 다시 느리고 슬프고 애절하게 표현했다. 그래서 그의 우울하고 슬픈 인생을 대변하는 듯한 곡을 썼다.

 

그 후 러시아에서는 프로코피예프(Prokofiev, 1891~1952)가 교향곡 5개를 썼고, 쇼스타코비치(Shostakovich, 1906~1975)는 교향곡 15개를 써서 이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가장 많은 교향곡을 완성했다.

 

다시 독일과 오스트리아 전통을 이어가는 작곡가들로 돌아오자.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 1824~1896)는 서로 비슷한 교향곡 9개를 썼다. 처음 들을 때는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교향곡 하나하나가 비슷하게 시작하고, 비슷하게 진행되고, 또 비슷하게 끝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절대 음악의 어떤 투철한 정신이 느껴진다.

 

현재 교향곡 작곡가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는 보헤미아 출신으로, 빈에 와서 지휘자로 활동하며 세계적 명성을 누렸다. 51년이라는 생애 동안 그도 베토벤과 같이 교향곡 9개를 썼다. 베토벤이 9번 교향곡에서 인성, 즉 사람의 목소리를 쓴 것처럼 그도 여러 교향곡에 솔로 성악가 또는 대합창을 남겼다. 특히 8번 교향곡은 이른바 천인교향곡으로 불릴 정도로 교향악을 극도로 확장한다.

 

이렇듯 많은 작곡가가 교향곡을 썼다. 교향곡을 통해 그들의 경험을 느끼고 숭고한 예술 정신을 느끼고 그들이 세상에 말하고자 한 바를 느끼는 것은 교향곡이 작곡가가 세상에 내놓는 가장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내 인생을 통해 내놓고자 하는 작품이 과연 무엇인가.’

이 글을 쓰며 새삼 다시 생각해 본다.


/ 윤승업

충남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연세중앙교회 찬양대 상임지휘자



 

위 글은 교회신문 <41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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