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4-21 14:30:45 ]
피아노를 비롯한 오케스트라 모든 악기는 다 협연 가능
주인공인 협연자가 더 빛이 나도록 절대 관용이 필요해
요즘 서울시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2015 교향악축제가 한창이다. 4월 1일(수)부터 시작해 19일(주일)에 끝나는 이 축제는 우리나라 클래식음악계에서는 가장 크고 오래된 전국 규모의 행사다.
필자가 상임지휘자로 재직 중인 충남교향악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향악축제에 초청되어 지난 7일(화) 성황리에 연주를 마쳤다. 이번 무대에서는 2014 서울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부문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한지호 군과 협연곡도 선보였다. 영화 ‘샤인’의 테마 음악이기도 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에게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충남교향악단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5 교향악축제’에서 수준 높은 연주로 박수를 받았다.
거의 모든 교향악단 음악회에서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꼭 진행하는 순서가 있다. 음악회 1부에서는 오케스트라 서곡을 약 10분 간 연주하고 그다음 순서로 협연자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한다. 협연자는 관객의 앙코르 요구에 가끔 응하기도 한다.
협주곡 순서가 끝나면 인터미션, 즉 휴식 시간을 약 15분간 가진다. 2부에서는 교향악단의 메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교향곡을 연주한 후 연주회가 막을 내린다. 이때도 관객의 호응에 따라 교향악단이 준비한 앙코르 곡을 선사한다.
지휘자는 음악회 1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협주곡을 어느 협연자와 연주하느냐를 고심한다. 협연자는 연주회 성패를 가를 수 있을 정도로 그 역할이 대단하기 때문에 협연자 선정은 지휘자에게 항상 중요한 문제다.
협연자는 오케스트라 앞자리, 그러니까 지휘자 옆에서 연주를 한다. 협연자가 여자라면 화려한 드레스를 입어 무대가 더 화려해 보이게도 한다. 남자들은 대부분 지휘자처럼 연미복을 입는데 개성이 강한 연주자는 자신만의 특별한 의상을 입기도 한다. 그들은 옷만큼이나 음악에서도 화려한 기교와 깊은 감성이 담긴 소리로 자신의 기량과 음악성을 마음껏 뽐낸다.
협주곡을 콘체르토(Concerto)라고 하는데 그 어원에는 ‘경합하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경합’이란 어원처럼 자신이 쌓아 온 절대적 기량을 경합하듯 솜씨를 뽐내야 하는 것이 협주곡에서 협연자들의 역할인 듯하다.
피아노를 비롯해 오케스트라 모든 악기는 다 협연이 가능하다. 이때 협연하는 악기에 따라 피아노협주곡, 바이올린협주곡, 첼로협주곡으로 부른다. 관악기인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도 협주곡이 있으며 심지어 타악기도 마림바처럼 음정이 있는 악기의 협주곡뿐만 아니라 음정이 없는 스네어 드럼이나 큰북 같은 타악기를 위한 협주곡도 현대에 들어서는 몇 개 작곡됐다.
협주곡을 연주할 때 또 하나 주의해야 할 부분은 소리의 밸런스다. 음량이 큰 악기, 예를 들어 트럼펫은 솔로 부분 소리가 오케스트라에 덮일 염려가 거의 없지만, 바이올린은 오케스트라 현 파트에서 바이올린 주자들이 스무 명가량 같이 연주하고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애써서 준비한 솔로 연주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래서 조금 노련한 협연자는 소리를 줄여 달라는 부탁을 여러 차례 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선 오케스트라의 수를 대폭 줄여 밸런스가 무너지는 일을 사전에 예방하기도 한다.
작곡가들이 교향곡만큼이나 중요하게 창작하는 분야가 협주곡이기도 하다. 작곡가에게도 어느 협연자가 자신의 곡을 연주하느냐가 중요한 부분일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연주자에게서 영감을 얻어 그를 위한 협주곡을 쓰기도 한다. 작곡가가 유명한 협주곡 대부분을 당대의 명성 있는 연주자에게 헌정한 역사만 봐도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작곡된 협주곡은 아무래도 악기의 왕인 피아노협주곡이다. 베토벤, 모차르트는 물론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 같은 독일 정통파 작곡가들도 피아노협주곡을 하나 이상 썼고, 피아노 명수인 쇼팽, 리스트도 당연히 자신의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기 위한 피아노협주곡을 썼다. 러시아의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는 슬라브풍 매력적인 선율의 협주곡을 작곡해 만인의 사랑을 받았고 근대에 들어와 라벨,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도 많이 연주되는 협주곡을 썼다.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는 협주곡에서 주연이 아니라 조연에 가깝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교향곡보다 때로는 더 까다로운 부분을 능히 맡아야, 주연인 협연자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협연자와 완벽한 호흡을 유지하면서도 협연자를 누르지 않는 관용이 절대 필요한 분야가 바로 협주곡이다.
윤승업
충남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연세중앙교회 찬양대 상임지휘자
위 글은 교회신문 <43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