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5-05 22:49:22 ]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는 모습 빛과 어둠으로 대비해
생활 속에 배어 있는 온화함과 경건함 한껏 뿜어내
<양치기들의 경배>(조르주 드 라 투르 作, 1644년, 유채화,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암시하는 어린 양과 함께 요셉, 마리아, 양치기들이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 당시 농부들은 가난에 찌든 삶을 살았다.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민들은 국가가 부과한 엄청난 세금을 견디지 못해 농사지을 땅을 잃고 소작인 혹은 노예 아닌 노예로 어려운 삶을 꾸려 갔다. 곡식을 거두는 일은 주로 어른의 몫이었고 양 떼를 길러 고기와 젖을 구하는 일은 아이들의 몫이었다.
농가의 자녀들은 온종일 양 떼를 돌보고 지키면서 풀과 물을 찾아 들판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는 목동 일을 했다. 목동들은 자연스레 교육을 받지 못하고 가족과 떨어져 외딴 들판에서 별을 보며 지냈다.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여 뭇사람들로부터 사람 구실 못한다고 따돌림을 받았다.
하지만 천사는 누구보다 먼저 들판에서 외롭게 지내는 미천한 목동들에게 영예로운 예수 탄생의 기쁜 소식을 알렸다. 예수는 곤경에서도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목동들의 벗이 되고 선한 목자가 되어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려고 이 땅에 왔다.
“그 지역에 목자들이 밤에 밖에서 자기 양 떼를 지키더니 주의 사자가 곁에 서고 주의 영광이 그들을 두루 비추매 크게 무서워하는지라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 하더니 홀연히 수많은 천군이 그 천사들과 함께 하나님을 찬송하여 이르되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
천사들이 떠나 하늘로 올라가니 목자가 서로 말하되 이제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께서 우리에게 알리신 바 이 이루어진 일을 보자 하고 빨리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인 아기를 찾아서 보고 천사가 자기들에게 이 아기에 대하여 말한 것을 전하니 듣는 자가 다 목자들이 그들에게 말한 것들을 놀랍게 여기되 마리아는 이 모든 말을 마음에 새기어 생각하니라 목자들은 자기들에게 이르던 바와 같이 듣고 본 그 모든 것으로 인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찬송하며 돌아가니라”(눅2:8~20).
<양치기들의 경배>는 양치기들이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는 모습을 소재로 삼은 17세기 중반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의 작품이다. 조르주는 짙은 어둠과 강한 빛을 대비하면서 촛불의 친근함과 안온함으로 화면을 감싸 놀랍도록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양식의 작품을 제작했다. 그의 작품은 당대보다는 근대에 와서 재발견되고 있다.
촛불에 의한 조명은 인물들을 강한 입체감으로 드러낸다. 어둠이 깔린 방에서 다섯 명과 어린 양이 잠든 아기 예수를 내려다보고 있다. 촛불에 비친 인물이 어둠 속에서 돋아난다. 촛불을 든 아버지 요셉은 아기가 깰라 손으로 불꽃을 가리어 보지만, 오히려 배내옷에 싸여 고이 잠든 아기 예수에게서 빛이 나오는 듯 주위가 환하게 밝다.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 빛으로 왔기 때문이다.
요셉의 옆에 선 하녀는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우유 그릇을 받쳐 들고 있고, 그녀 옆에서 양치기 둘이 아기 예수를 바라보고 있다. 천사가 일러 준 대로 아기 예수에게 모자를 벗어 경배를 드릴 참이다. 또 다른 양치기는 지팡이를 힘껏 쥐고서 구세주의 탄생을 보느라 표정이 사뭇 엄숙하다. 두 양치기를 따라온 어린 양은 잠든 아기 예수에게 바싹 다가서고 있다.
어린 양은 온 백성을 위해 죄 없이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릴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암시한다. 주황색 옷을 입은 마리아는 몸 전체를 드러내고서 두 손을 모아 경배를 드리고 있다. 마리아는 이 아기로 말미암아 앞으로 자기 삶에 어떤 고난이 닥쳐오더라도 견뎌 나가겠다는 듯이 다부진 표정을 짓고 있다.
미천한 양치기들이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는 모습을 촛불이 자아내는 빛과 어둠으로 대비해 가난한 이들의 생활 속에 배어 있는 온화함과 경건함을 한껏 뿜어내고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43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