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친해지기] 서곡(overture)에 대하여

등록날짜 [ 2015-06-10 11:23:27 ]

본래 오페라를 위해 탄생했으나 독립해 화려하게 변모

교향곡 전체 부담스럽다면 ‘서곡’만 감상해도 좋을 듯

 

 

연주회 프로그램 첫 곡으로 서곡(序曲)이 많이 연주된다. 우리 교회 찬양 페스티벌에서도 첫 곡으로 오케스트라가 서곡을 자주 연주한다. 서곡은 그리 길지 않으면서도 형식이 잘 갖추어져 있고 아름다운 선율과 극적인 효과까지 있어 오케스트라 연주회의 분위기를 잡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원래는 오페라 전 연주곡

 

본래 ‘서곡’(overture)이란 오페라나 연극이 공연되기 전에 막을 내린 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을 말한다. 그 때문에 서곡은 앞으로 전개될 음악에 대한 도입을 의미할 뿐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작품은 아닌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서곡은 그렇게 간단한 음악이 아니다.

 

때때로 서곡은 곡의 도입이자 전체이기도 했고, 완벽한 구성을 갖춘 독립 기악곡이기도 했으며, 독일에서는 ‘교향곡’이라는 좀 더 진지한 기악곡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최초의 서곡은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오르페오’ 서곡이다. 이 곡은 오페라가 공연되기에 앞서 연주되는 짧은 팡파르인데, 그 음악을 들어보면 대단히 멋진 공연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를 하게 한다.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서곡의 기능에 매우 충실한 음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르페오’ 서곡은 당대에는 ‘서곡’이라 불리지 않았고 ‘토카타’(toccata)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노래하다’라는 뜻의 ‘칸타타’(cantata)와 대조적으로 ‘연주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된 음악 용어다. 초기 오페라 서곡들은 그 이름이 통일되지 않고, 때로는 ‘토카타’로, 때로는 ‘신포니아’(sinfonia)로, 간혹 ‘서주’(introduzione)로 불리다가 18세기 중반 이후가 되어서야 ‘서곡’(overture)이란 말로 어느 정도 통일됐다.

 

 

교향곡 발전에 크게 기여

 

이탈리아 오페라 서곡은 교향곡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면서 독일 음악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탈리아 오페라 서곡은 길이가 짧긴 하지만 빠르기와 성격에 따라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즉 빠른 첫 부분과 느리고 서정적인 중간 부분, 빠르고 활기찬 마지막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서곡의 각 부분은 후에 교향곡의 1, 2, 3악장으로 발전했다. 예를 들어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은 한 편의 교향시처럼 완결된 구조를 갖추었다.

 

18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오페라 서곡이나 교향곡은 모두 이탈리아어로는 ‘신포니아’(sinfonia)라 불렀고 사실상 같은 음악이었다. 하지만 베토벤 이후 교향곡 ‘신포니아’와 오페라 서곡 ‘신포니아’가 점차 구별됐다. 오페라 서곡에는 ‘오버추어’(overture)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했고 교향곡은 ‘신포니아’나 혹은 ‘심포니’(symphony)라고 부르게 됐다.

 

19세기 오페라 서곡 중에는 흥미로운 작품이 많다. 새벽의 평화로움과 격렬한 폭풍우, 기병대의 말발굽 소리까지 담고 있는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교향시처럼 다채롭고,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은 오페라 속의 가장 중요한 주제들을 뽑아 접속곡처럼 구성한 흥미진진한 메들리 같기도 하다.

 

브람스와 차이콥스키는 아예 오페라나 발레와 상관없이 독립적인 서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흔히 ‘연주회용 서곡’이라 부르는 독립 서곡은 일정한 형식을 갖춘 한 악장짜리 기악 장르로 자리 잡았다.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은 연주회용 서곡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차이콥스키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사랑을 ‘서곡’이라는 형태의 관현악 곡에 담아냈는데, 이 곡 역시 오페라나 발레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연주되는 환상곡풍 서곡으로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곡에서는 특히 가슴 벅찬 ‘사랑의 주제’가 유명하다.

 

본래 오페라를 위해 탄생했으나 오페라에서 독립해 화려하게 변모해 온 ‘서곡’은 그 묘한 이중성 덕분에 오페라하우스에서나 콘서트홀에서나 환영받고 있다. 만일 오페라 전곡 감상이나 교향곡의 전 악장이 부담스럽다면 여러 가지 ‘서곡’을 감상하는 것도 음악 감상의 좋은 방법이다.

손영령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졸

부천문화재단 놀라운오케스트라 주 강사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위 글은 교회신문 <43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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