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8-12 00:46:14 ]
음악 장르에 절대적 우월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음악의 목적과 내용이다. 트로트 장르로도 하나님께서 받으실 찬양을 만들 수 있다. 다만 클래식은 보편적으로 육보다는 영혼에 호소하는 장르이기에 세상에서 주께 돌아온 음악 애호 기독교인이라면 자연히 클래식과 친숙해지는 듯하다.
클래식 음악을 막상 접하면 지루하고 감동이 와 닿지 않는 때도 잦다. 그런 분들을 위해 오케스트라 연주로 눈물 나는 감동이 있고 주제가 있는 영화음악을 소개하고자 한다.
유튜브(www.youtube.com)에서 ‘영혼의 때를 위하여 문화가산책’으로 검색하면 동영상과 함께 들을 수 있다.
■미션(The Mission, 1986) OST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널리 알리진 영화 음악으로 곡 도입부터 감동을 준다. 영화 속 젊은 선교사들은 포르투갈 식민 지역 오지에 사는 과라니족을 전도하는 데 목숨을 걸고 그들의 활과 창에 순교를 당하지만 뜻을 굽히지 않는다.
신임 선교사(제레미 아이언스)는 선임자의 순교에 이어 과라니족에게 복음을 전하려고 또다시 폭포 절벽을 기어 올라가 자신의 오보에 연주로 과라니족의 마음을 연다. 결국 부족 모두가 예수를 믿게 되고, 극악한 노예 상인인 멘도자(로버트 드니로)도 회개하지만 과라니족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식민지 분쟁으로 몰살당할 위기에 처한다. 선교사들은 추기경에게 과라니족도 하나님의 형상이고 찬양하는 자녀들이라고 호소하지만 결국 묵살당한다. 선교사들은 상부의 지시에 불복한 채 과라니족과 함께 최후를 맞는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오리지널 오케스트레이션도 명작이지만, 첼리스트 요요마가 최근에 리메이크한 곡도 무척 감동적이다. 유튜브에서 두 버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마이 라이프(My Life, 1993) OST
믿음으로 구하면 다 들어주신다는 말씀대로 어린 소년은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내일 우리 집 뒷마당에서 서커스가 열리게 해 주세요.”
소년은 이튿날 학교 친구들을 다 몰고 집으로 왔다. 우리 집 뒷마당에서 서커스가 열린다고. 결과는? 엄마에게 무지하게 깨진다. 어른이 된 소년(마이클 키튼)은 첫아이가 태어날 즈음 자신이 암 말기 환자이며 시한부 인생임을 알게 되고 삶을 되돌아본다. 그 과정에서 자신 안의 분노를 발견하고 용서하지 못하던 가족에게 사랑을 고백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의사가 선고한 시간을 훨씬 넘기고 첫아이가 태어나는 것도 함께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암으로 쇠약해진 몸으로 뒷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놀라운 것을 발견한다. 어릴 적 그토록 간절히 기도한 서커스단이, 가난한 살림을 꾸리느라 일상에 지쳐 쥐어박기만 할 줄 알았던 부모님의 미소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잔잔히 흐르는 오케스트라 선율이 영화를 보는 아버지들의 눈시울을 적신다.
주제 멜로디가 복음성가 ‘거룩하신 하나님, 주께 감사드리세’를 연상시키면서 영화 내내 잔잔히 흐른다. 아이들이 언젠가 알 수 있을까? 아빠는 너를 사랑한다고. 항상 최고의 것으로 주고 싶었다고. 영화의 주요 장면을 영화음악과 함께 감상해 보시라.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 OST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OST는 바이올린의 주제 멜로디가 감미롭고 일품이어서 지금도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는다. 군수업자 쉰들러(리암 니슨)는 독일 나치군에게 물자를 납품해 많은 돈을 벌지만, 처참하게 죽어 가는 유대인 포로들에게 양심적인 가책을 느껴 독일군에게 뇌물을 주어 포로들을 몰래 빼낸다.
쉰들러가 거의 모든 재산을 유대인 어린아이와 포로들을 살리는 데 써버리고 나치가 몰락할 즈음 쉰들러도 야반도주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살아남은 유대인들이 감사의 뜻으로 자기 금니를 뽑아 반지로 만들어 선물하는데, 쉰들러는 ?見?받고 오열한다.
“내가 돈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더 살릴 수 있었는데, 이 차만 팔았어도 몇 사람은 더, 이 금배지로 한 명은 더…. 그렇게 못했어. 그렇게 안 했다고!”
쉰들러가 흐느끼는 장면을 꼭 보길 권한다. 우리는 더 심한 양심의 가책으로 따라 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뻔히 죽어 가는 영혼들을 놔두고 너무나 많은 것을 누리는 우리는....
■소피의 선택(Sophie’s Choice) OST
아름답고 매력적인 소피(메릴 스트리프)는 알 수 없는 어둠과 발작적인 광기, 근원적인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2차대전 도중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소피는 유대인 수용소에 어린 딸과 아들, 두 자녀와 함께 갇혔다. 독일 장교는 엄마에게서 아이들을 빼앗아 가스실로 이송하는 현장에서 소피에게 잔인한 선택권을 준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나는 살려 주겠다고. 소피는 선택할 수 없다고 절규하다가 두 아이 모두 끌려가는 마지막 순간에 딸아이를 데려가라고 외친다. 둘 다 죽게 하느니 하나라도 살리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겠으나, 어미로서 자식의 생명을 저울질해야 한, 끝내 회복되지 못한 모성의 상처를 그린 영화다. ‘소피의 선택’의 클래식 OST도 애절하게 와 닿는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 한 사람의 생명을 저울질하지 않으심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너희 생각에는 어떻겠느뇨. 만일 어떤 사람이 양 일백 마리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길을 잃었으면 그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두고 가서 길 잃은 양을 찾지 않겠느냐”(마11:18).
소자 하나가 길을 잃을 때, 우리 아버지는 나머지 자녀가 많다고 위로받으시는 분이 아니다. 나를 찾으신다.
박성진
메리츠증권 상무 / 바이올리니스트
위 글은 교회신문 <44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