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9-29 23:41:54 ]
멕시코 베라크루스 초청으로 피아노독주회 열어
이국땅에서 울려 퍼지는 찬양곡에 새삼 감사해
지난 8월, 유네스코와 관련한 국제기관인 ‘이코포트(ICOFORT:국제성곽군사유산학술위원회)와 멕시코 베라크루스 시의 초청을 받아 피아노독주회를 했다. 2014년 여름에 포르투갈의 오래된 도시인 알메이다 시의 초청을 받아 피아노독주회를 연 적이 있는데 그 일이 계기가 됐다.
머나먼 이국땅으로 독주회를 하러 갈 때면 늘 걱정이 앞선다. 연주회를 감당할 몸의 컨디션도 중요하지만, 피아노가 워낙 큰 악기이기에 들고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각 연주회장에 있는 피아노 악기 상태와 조율 그리고 연주 홀의 음향까지 미리 알 수 없기에 기도 외에는 정말 연주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게다가 악기 연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곳에서 초청을 받았을 때는 연주회 당일까지 많은 스케줄을 따라야 하고, 그러다 보면 정작 연주회 리허설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럴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연주 전에 나를 예민하게 하는 모든 부분을 위해 모든 과정을 오직 주님이 인도하시리라 믿으며 기도하는 것뿐이다.
한국에서 멕시코 베라크루스까지는 미국을 거쳐야 하기에 보통 24시간 이상이 걸린다. 게다가 미국 날씨가 좋지 않은 탓에 휴스턴공항에서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 다행히 피아노 악보를 가지고 와서 연주회에서 연주할 곡을 밤새 들으며 공부할 수 있었고 함께 간 남편도 세미나에서 발표할 내용을 다시 검토했다.
이튿날, 연주회 장소인 멕시코 베라크루스에 도착했다. 우리 짐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호텔에 들어가 장거리 비행으로 지친 몸을 풀며 연주회를 준비했다.
베라크루스는 해변도시로 이곳의 문화유산 중 하나인 ‘산 후안 데 울루아(San Juan de Ulua)’가 유명하다. 이곳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금과 은을 보호하려고 지은 요새로 현재 멕시코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성곽 문화재다. 과거에는 바다를 지키는 군사적 요충지였다가 근래 들어 죄수를 가두는 감옥으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그곳 광장에서 맹인 성악가인 안드레아 보첼리와 다른 연주자들이 연주회를 열었는데, 베라크루스 시는 이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게 하려고 많은 지원을 펼치고 있다. 시민들을 위한 장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여러 행사와 국제학술회의가 최근 들어 활발히 열리고 있다.
베라크루스에는 연주를 위한 시립 연주 홀(Teater)이 두 군데 있다. 그중 한 연주 홀에서 피아노독주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같은 날, 남편은 학술회의에서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연주회가 시작되기 직전, 남편이 음식을 잘못 먹었는지 배탈이 나서 입원했다. 남편 없이 연주회를 하려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애초에 첫 곡은 모차르트(Mozart)의 피아노소나타였지만 남편이 갑작스레 입원하자 앙코르곡으로 준비한 ‘참 아름다워라’ 찬양을 하나님께 먼저 드리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다. 계획에 없던 일이었지만 주님이 함께하신다는 담대함이 생겼고 무리 없이 마지막 연주곡까지 잘 마칠 수 있었다. 앙코르곡은 역시 찬양 곡 ‘거룩하신 하나님 주께 감사드리세’로 마무리했다.
늘 연주가 끝나면 신기하게도 클래식보다는 찬양곡을 더 궁금해하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나조차도 오랫동안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곡의 아름다움이 세상 음악과 다르다는 사실을 많이 느낀다.
이번 연주회 역시 하나님이 내게 주신 찬양의 달란트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하나님이 우리를 찬양하게 하려고 세우신 그 뜻대로 사용되는 찬양자가 되기를 기도한다.
한정덕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Maastricht)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
헬몬찬양대 피아노 반주자
위 글은 교회신문 <45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