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친해지기] 은혜와 감동이 숨어 있는 찬송 이야기

등록날짜 [ 2015-10-28 01:13:10 ]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감사를 잊지 않고 노래로 표현해

누가, 어떻게, 무엇을 위해 불렀는지 알면 새삼 은혜로워 



“우리가 감사함으로 그 앞에 나아가며 시로 그를 향하여 즐거이 부르자”(시95:2). 


음악은 감성을 자극하는 영적인 힘이 있다. 어떤 음악을 듣고 접하는지가 영적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즐겨 부르는 찬송가 ‘하늘 가는 밝은 길’도 원래 시크릿 가든이라는 외국가수 팀이 이별한 내용을 담아서 애절한 곡조로 처음 불렀다. 그러나 이 곡이 찬양으로 편곡돼 알려지자, 이제는 수많은 교회에서 천국을 사모해 부르는 찬양으로 더 많이 불린다. 어떤 곡을, 누가, 어떻게, 무엇을 위해 부르느냐가 이처럼 중요하다. 


교회에서 부르는 찬송가에는 작곡가들의 감동적이고 은혜로운 사연들이 숨어 있다. 그중 찬송가 두 곡을 소개하려고 한다. 작곡가들은 큰 절망과 고통을 겪는 중에 주님을 더욱 깊이 체험했고 예수께서 내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서 피 쏟아 살려 주신 은혜를 고백하려고 찬양을 지었다. 



완성하기까지 13년 걸린 찬송 


■‘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511장) 

작사- 엘리자베스 프렌티스 

작곡- 윌리엄 도언 





작사가 엘리자베스 프렌티스는 많은 작품을 남긴 19세기 여류 시인이다. 목사의 딸로 독실한 가정에서 성장해 조지 프렌티스 목사와 결혼한 엘리자베스는 두 아이를 기르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 갔다. 결혼한 지 11년 되던 해, 뉴욕을 중심으로 전염병이 번져 삽시간에 많은 아이가 목숨을 잃었고 엘리자베스의 두 아이도 세상을 떠났다. 엘리자베스는 견딜 수 없는 충격을 받았고 하나님의 뜻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목회자의 가정에서 태어나 믿음을 지키며 살았습니다. 하나님을 찬양하고 아름다운 시를 쓰며 헌신한 내게 어떻게 이런 불행이 닥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나 남편인 조지 목사는 깊은 실의에 빠진 아내에게 “우리가 이해 못하는 하나님의 크신 계획이 있을 것이오. 아브라함처럼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을 더욱 의지합시다”라고 위로했다. 그러자 남편이 믿는 하나님이 그녀에게 다가왔고, 엘리자베스는 죄인인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죽이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셨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엘리자베스는 주님을 향한 원망이 변하여 사랑으로 다가온 영감을 시로 적었다. 1절을 쓰고 2절을 쓴 후 더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펜을 놓았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두 아이를 잃은 지 13년이 되었다. 엘리자베스는 종이 무더기에서 미완성으로 남겨 놓은 그 시를 발견하고는 오랜 슬픔을 다시 들춰내는 일이 괴로웠지만 남편의 권유로 3절을 써 내려갔다. 한국 찬송가에는 원문의 3절이 생략되었지만 3절 가사에는 그 무엇도 주님이 주시는 기쁨을 빼앗아 갈 수 없다는 적극적인 고백이 담겨 있으리라. 엘리자베스는 마지막 절을 이어 나갔다. 


‘이 세상 떠날 때 찬양하고 숨질 때 하는 말 이것일세.’ 

숨질 때도 주님께 사랑을 고백하리라는 위대한 찬송이다. 



흑인 노예들이 자주 부른 찬송


■‘거기 너 있었는가’(136장) 

작곡.작사-미상(아프리카 흑인 영가) 


찬송가 ‘거기 너 있었는가’는 아프리카 출신인 흑인들이 미국에 끌려와 집단적으로 노예 생활을 하면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찬송에도 애절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야곱이라는 흑인이 미국의 목화 농장에서 노예로 살았는데 농장 주인은 잔인하기 그지없었고 흑인들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날 야곱은 이집트에서 온 그리스도인 노예를 알게 됐다. 그 그리스도인은 야곱에게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 고난을 감내하셨다는 복음을 전해 주었다. 야곱은 그때부터 예수 그리스도를 믿었고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예수 이야기로 엮은 이 흑인 영가를 부르며 슬픔과 고통을 이겨 냈다. 


피부색이 검은 탓에 평생 가족을 떠나 노예로 고통당해야 하는 억울함을 예수의 사랑과 자비가 아니고서 그 무엇으로 위로받을 수 있겠는가! 


1870년대 테네시 주 내슈빌에 있는 Fisk대학 흑인영가 그룹 ‘Fisk Jubilee Singers’.

 



“십자가에 달려 고통받으면서도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하신 주님을 생각할 때 내 마음은 떨려요.” 


야곱은 늘 은혜로운 찬송을 부르다가 주님 곁으로 갔다. 이런 일이 어디 야곱뿐이겠는가? 많은 흑인 노예가 예수를 생각하며 고난을 견디고 참다가 주님 곁으로 갔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 찬양을 듣고 부르는 성도들에게 한층 은혜와 감동이 더해지는 것이 아닐까. 


찬송가를 지은 이들은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십자가에서 우리 죄를 대신하여 물과 피를 쏟으신 예수의 사랑 덕분에 이길 힘을 얻고 천국 소망을 품었다. 또 삶에서 주를 만난 체험을 찬양으로 나타냈다. 바울과 실라가 진실하게 찬양하자 옥문이 열린 것처럼 성령께서 오늘도 살아서 일하고 계시고 말씀과 찬양과 기도를 통해 우리를 위로하고 힘 주고 계심을 믿는다. 매일 입에서 기도와 찬양이 멈추지 않기를 소망한다.


박은혜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바이올리니스트
 


위 글은 교회신문 <45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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