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친해지기] 천인교향곡과 전 교인 찬양대

등록날짜 [ 2015-11-17 20:19:40 ]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교향곡도 500명이 채 안 돼

전 교인이 한데 어울려 부르는 찬양에 벌써부터 설레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많은 지휘자가 좋아하는 작곡가다. 그는 교향곡 9곡과 ‘대지의 노래’라는 성악이 붙어 있는 교향 작품을 썼다.

 

물론 그 밖에도 ‘죽은 아이를 위한 노래’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같은 성악과 교향악단을 위한 연주곡, 성악을 위한 수많은 가곡을 남겼지만, 앞서 말한 열 작품은 지휘자들이 꼭 연주하고 싶어 하는 곡이다.

 

여기서 ‘연주하고 싶어 한다’는 의미는 ‘그만큼 하기가 어렵다’는 뜻도 포함한다. 왜냐하면, 말러 교향곡은 규모가 엄청나게 클뿐더러 길이도 대부분 한 시간을 넘는다. 심지어 어떤 곡은 완주하는 데 1시간 40분이나 걸린다. 게다가 연주기법이 어려워서 연습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하고 그 안에 담긴 내용도 심오해 음악을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말러가 살던 당시에는 그의 작품이 그리 인정받지도, 연주되지도 않았다.

 

말러는 생전에 작곡가보다는 지휘자로 더 잘 알려졌다. 그것도 당대를 대표할 만큼 유능하고 유명한, 말 그대로 ‘당대 최고의 지휘자’였다. 지금 우리나라로 치면 정명훈, 금난새 정도 되는 인기와 명예를 거머쥔 지휘자였다.

 

특히 말러는 장기인 오페라 지휘로 명성을 떨쳤는데 재밌는 사실은 그가 오페라는 한 작품도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말러는 교향곡을 쓸 때 오페라에서 사용되는 극적인 요소를 많이 넣었다.

2011년 12월 22일 서울시향 ‘말러 No.8 천인교향곡’ 협연 모습.


 

 

특히 성악이 같이 나오는 교향곡 2번, 3번, 4번, 8번은 가사와 교향악의 연관성을 생각할 때 오페라 한 편을 보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설령 성악이 나오지 않는 곡에서도 곡의 흐름이나 진행에서 대단히 극적인 요소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곡이 난해하기에 더 도전해 보고 싶은 욕구가 솟는 것이 말러 교향곡들이 지닌 매력이다.

 

그러나 말러 교향곡은 지휘자가 연주하고 싶다고, 또 그럴 만한 역량을 갖췄다고 해서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닌 듯하다. 말러 교향곡에는 특수 악기가 상당히 많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연주자 인원이 다른 교향곡보다 훨씬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돈이 많이 든다는 얘기다.

 

한 예로 말러의 교향곡 8번은 플루트 4명과 피콜로(플루트의 반 정도 크기의 높은 음을 내는 특수 악기) 2명, 오보에 4명과 잉글리시 혼(오보에보다 깊고 풍성한 소리를 낸다)과 클라리넷 3명, 베이스클라리넷과 E플랫 클라리넷, 바순 4명과 콘트라바순, 혼 8명, 트럼펫 4명, 트롬본 4명과 튜바, 팀파니는 물론이거니와 트라이앵글, 심벌 같은 타악기 다수, 피아노, 하모늄, 오르간과 같은 건반악기, 하프 2명과 만돌린(기타류의 악기) 그리고 바이올린을 비롯한 80여 명에 이르는 현 파트 오케스트라, 또 금관밴드 10여 명이 무대 밖에서 연주하고 성악 솔리스트 8명과 300여 명에 달하는 합창단원이 있어야 한다. 수많은 악기와 성악가가 어우러져 연주한다고 해서 이 교향곡을 ‘천인교향곡’이라 부른다.

 

천인교향곡이라 해서 정말로 천 명이 무대에 서지는 않는다. 대략 130명이 넘는 교향악단과 성악 솔리스트 그리고 합창단원 300여 명이 출연하는데, 그 수가 극단적으로 많음을 뜻하려고 그런 이름을 붙였다.

 

이런 곡을 언제든 소화할 만한 규모의 교향악단을 운영하는 곳은 한국에는 한 군데도 없고, 외국에도 흔치 않다.

 

몇 년 전, 공교롭게도 이 곡을 우리나라 대표 교향악단인 KBS교향악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서로 다른 무대에서 연주한 적이 있다. 그때도 객원연주자 수십 명을 각각 동원하느라 서울에 연주자들이 동났다는 후일담을 들었다. 그 객원연주자들에게 들인 연주비만 해도 상당한 액수였으리라 짐작된다.

 

우리 교회는 성탄절을 앞두고 지난해 일만 명 찬양대에 이어 올해는 전 교인 찬양대를 준비하고 있다. 예수 십자가 피의 공로로 구원받은 성도라면 누구라도 하나님을 찬양해야 하기에, 전 교인 찬양대원으로 하나님께 영광의 찬양을 올려 드리려고 연습에 여념 없다.

 

만 명을 넘어 전 교인이 드리는 찬양! 그것은 하나님께서 담임목사님을 통해 바로 우리 교회, 우리 성도에게 주신 비전이기에 더욱 값지다. 죄로 지옥 갈 영혼들이 성탄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피의 공로로 구원받아 그 감사를 마음껏 올려 드리는 영광의 찬양이기에 세상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영원한 가치를 가진다.

 

천 명이 안 되는 수도 ‘천인’이라고 칭하며 “대단하다”고 놀라는데, 주님이 우리를 살리려고 십자가에서 피 흘려 구원해 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모인 이번 연세중앙교회 전 교인 찬양! 그 어느 때보다도 감격과 설렘으로 기다린다.

윤승업

충남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연세중앙교회 찬양대 상임지휘자
 

위 글은 교회신문 <45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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