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12-02 18:46:27 ]
비발디 作 ‘글로리아(Gloria)’, 아름다운 선율에 매료돼
천상의 경건함보다 인간 내면에서 폭발하는 기쁨 표현
예수께서 세상에 오셨을 때 하늘의 천사들이 이렇게 노래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2:14).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가 작곡한 합창곡 글로리아(Gloria, 신의 영광)는 친근한 기쁨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천사가 예수의 탄생을 찬송하는 누가복음 2장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글로리아’는, 비발디 특유의 밝고 활기차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에 빠질 수 있어 비발디 음악 중 자주 듣는 곡이다.
‘사계(四季)’로 유명한 비발디 음악 중 ‘글로리아’를 처음 들었을 때 빠르고 명쾌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트럼펫.오보에 듀엣의 반주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특히 제6곡인 느리고 서정적인 소프라노 아리아를 경청했다.
연주 시간이 30여 분인 이 곡은 천상의 경건함보다는 인간의 내면에서 폭발하는 기쁨을 표현한다. 덕분에 평론가들은 이 곡을 ‘세속적인 종교음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비발디의 부친은 몇 대째 내려오던 가업인 제빵을 과감하게 팽개치고 음악가로 전업한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비발디는 음악에 열정적인 부친 아래서 칠삭둥이로 태어나 병약하게 자랐고 천식에 시달렸지만, 대단한 창작 의욕으로 500곡이 넘는 협주곡을 작곡했다.
비발디 ‘글로리아’ 관련 앨범.
‘글로리아’는 1939년 9월 20일 이탈리아 시에나(Siena)에서 초연했고 연주에는 소프라노 독창, 오르간,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 오보에, 트럼펫이 등장한다. 각 곡의 특징을 소개한다.
■제1곡: 알레그로(Allegro, 빠르게) D장조 4분의4박자.
힘찬 서주 후 합창 ‘높은 곳에는 하나님께 영광’이 되풀이된다.
■제2곡: 안단테(Andante, 느리게) B단조 4분의3박자.
합창 ‘땅 위엔 착한 사람에게 평화’를 아름다운 선율로 노래한다. 베이스에서 나오는 선율과 이에 얽히는 대위 선율이 캐논풍으로 조용히 부른다.
■제3곡: 알레그로(Allegro) G장조 4분의2박자. 소프라노 2중창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리토르넬로(Ritornello, 독주악기들의 연주를 전후하여 반복하듯이 나타나는 총주 부분) 주제 전주에 이어 소프라노가 2중창으로 ‘주님에게 감사 찬양 영광 드립니다’를 부른다.
■제4곡: 아다지오(Adagio, 안단테와 라르고 사이의 느리게) E단조 4분의4박자. 화성적 양식(Homophonic style)의 합창
‘주님께 감사합니다’를 짧게 노래한다. 제5곡의 서주 구실을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5곡: 알레그로(Allegro) E단조 4분의2박자.
합창 ‘주님의 크신 영광’이 캐논풍의 모방. 대위법적 스타일로 E단조의 딸림화음으로 반종지하지만 마지막에는 밝은 E장조의 장3 화음으로 끝난다.
■제6곡: 라르고(Largo, 아주 느리게) C장조 8분의12박자.
소프라노 아리아. 한가로운 전원풍의 선율로 오보와 소프라노가 ‘하늘에 계신 전능하신 주 하늘의 왕 우리 주님’을 계속 노래한다.
■제7곡: 알레그로(Allegro) F장조 4분의3박자.
합창 ‘주 하나님의 아들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가 알토와 베이스 파트에서 시작하고 9마디 후에 알토 주제가 5도 위로 응답되어 소프라노와 테너 파트에서 나타난다.
■제8곡: 아다지오(Adagio) D단조 4분의4박자.
알토 독창과 합창 ‘세상 죄를 지고 가시는 하나님의 어린양이시여 우리를 불쌍히 보소서’로 노래하는 감동 깊은 곡이다.
■제9곡: 아다지오(Adagio) E단조 4분의4박자 / 2분의3박자.
합창 ‘세상 죄를 지고 가시는 어린양이시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를 노래한다. E장조로 끝맺는다.
■제10곡: 알레그로(Allegro) B단조 8분의3박자.
알토의 아리아 ‘하나님의 오른편에 앉아 계시는 주시여, 우리를 불쌍히 보소서’로 신앙적이면서 감동 어린 알토의 독창이다.
■제11곡: 알레그로(Allegro) D장조 4분의4박자.
합창 ‘주님만 홀로 거룩하시다’를 노래한다.
■제12곡: 알레그로(Allegro) D장조 4분의2박자.
합창 ‘거룩하신 주 성령과 영광이 영원토록 있으리로다 아멘’을 고도의 대위법의 기법인 푸가 4성으로 클라이맥스를 이루며 끝을 맺는다.
2015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인류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를 지시려고 2000년 전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성탄절이 다가온다. 성탄하신 주님을 감사 찬양하는 마음을 담은 비발디의 ‘글로리아’ 합창곡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글/ 유민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졸
CTS교향악단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위 글은 교회신문 <46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