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3-30 23:02:31 ]
인생의 숱한 유혹과 욕심, 시기 등이 혼재한 세상에
주님을 향한 가장 순수하고 거룩한 삶의 모습 찾아야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1835~1921)는 주전 1150년경, 사사기 13장부터 16장의 배경인 이스라엘 사사였던 삼손 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람 나실인인 삼손은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였습니다. 그 힘의 원천은 태어나서 한 번도 삭도로 밀지 않은 그의 머리카락에 있었습니다. 블레셋 여인 들릴라는 자신을 사랑한 삼손을 유혹해 힘의 비밀을 알아내고, 삼손이 잠든 사이 블레셋 병사들을 불러와 머리카락을 잘라 버립니다.
힘을 잃은 삼손은 눈이 뽑히고 블레셋 옥에 갇혀 맷돌을 돌리는 비참한 노예 신세로 전락합니다. 블레셋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 삼손은 마지막으로 하나님께 간구해 다곤 신전을 파괴하고 제사와 축제를 지내던 블레셋인 수천 명과 함께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삼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어 이르되 주 여호와여 구하옵나니 나를 생각하옵소서 하나님이여 구하옵나니 이번만 나로 강하게 하사 나의 두 눈을 뺀 블레셋 사람에게 원수를 단번에 갚게 하옵소서”(삿16:28).
삼손의 비극적 결말을 알고 있는데도 오페라 속 삼손을 유혹하는 들릴라의 아리아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Mon coeur s’ouvre a ta voix)’, 삼손과 들릴라의 중창은 무척 아름답습니다.
오페라 ‘삼손과 들릴라’ 중에서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 열리네. 아침의 입맞춤에 살며시 눈뜨는 것처럼 저를 기쁘게 하고 다시 눈물짓게 하지 않으시려면 변하지 않는 사랑을 맹세하세요.”
삼손은 달콤한 사랑에 취해 자기 힘의 비밀까지 다 알려 주고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는 참으로 비참한 고통과 고난이 뒤따랐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인생은 숱한 속임과 달콤한 유혹, 채울 수 없는 욕심, 열등감과 비판과 시기 질투, 서슬 퍼런 배신의 고성과 모함으로 가득합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 인생을 그냥 스쳐 지나간다면 다행이지만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 속에 뒤섞여 허우적거릴 때가 더 많습니다.
그때, 고통과 시련의 혹독한 삶의 현장에 들려오는 부드럽고 따뜻한 주님의 음성을 간신히 듣습니다. 그제야 진리와 진정한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이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지금 어떤 음성에 귀 기울이고 마음이 열려 있는지요? 명예와 욕심, 시기와 권력, 물질과 자기 사랑의 오두막에 갇혀 삼손처럼 세상의 유혹과 사랑에 마음을 기울이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아름답게 보이고 사랑스럽게 느껴지지만, 그 결말은 참으로 비참합니다.
생상스는 모차르트와 비교되는 천재적인 음악가였습니다. 당대 최고의 오르간 연주자였고, 시대를 앞선 작곡가였습니다. 고전적인 우아한 선율과 화성과 자연스러운 균형.조화로 아름다운 노래를 자유자재로 이 땅에 들려주었습니다. 최후에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알제리의 자연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생상스가 남긴 오라토리오(작은 규모의 오페라로, 성경 내용을 노래)나 칸타타(작은 규모의 오라토리오로, 독창과 합창으로 구성)의 아름다운 선율, 음악적 질서와 조화는 이 땅에서 감히 하늘나라를 엿볼 수 있는 진리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들릴라의 사랑 고백은 유혹과 배신의 고백이었지만,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을 갈망하는 자에게 직접 그 빛을 보여 주시고 진리와 생명의 길로 인도하십니다. 생상스의 음악은 주님을 향한 인생들에 가장 순수하고 거룩함을 되찾을 수 있는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조명하고 깨닫게 합니다.
글 유민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졸
CTS교향악단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위 글은 교회신문 <47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