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4-13 17:39:10 ]
1995년 이래 한국은 총 12개 보유하고 있어
문화 보존을 위해 계속적인 모니터링 필요해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백제 역사지구 공주 공산성.
국제기구의 활동상이 언론에 소개되고, 대중적인 주제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인만 관여하는 일이라 여겼지만, 국제화·정보화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분야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려고 한다.
세계유산제도를 운용하는 유네스코(UNESCO: 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Cultural Organization)는 정부 간 기구로서 평화와 인권과 다른 문화 사이의 이해를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으로 인한 상실감과 적대감을 극복하고자 교육과 문화적 다양성과 상호 이해를 통하여 평화를 추구하고 인류의 의식 체계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활동을 목표로 삼는다.
유네스코가 이끄는 다양한 사업 중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분야가 ‘세계유산’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유산은 ‘세계유산’ 이외에도 ‘인류무형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이 있다.
세계유산은 1972년 21개국이 체결한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문화·역사·자연적 가치가 현저한 중요 유산 목록을 작성해 관리한다.
세계유산은 크게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구분한다. ‘문화유산’은 건축물, 조각이나 회화, 동굴벽화 같은 기념물, 고고학적 유적이나 구역, 또는 문화경관을 의미하는 유적, 그리고 독립적이거나 연속한 구조물을 나타내는 건물군으로 구성된다. 즉, 세계유산은 기념물이나 유적지로, 유물 중심이 아니다. 한편, ‘자연유산’은 생물 서식지, 자연경관, 자연기념물 등을 의미하며, 복합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결합한 유산이다.
백제 역사 지구가 2015년 6월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에 등재돼 한국은 총 12개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세계유산은 등재 신청 당사국의 큰 자랑거리이자 해당국의 문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세계유산 등재로 인해 사회, 교육 차원에서 긍정적 효과와 국가 및 지역 경제의 이익창출 효과도 상당하다.
한국의 세계유산과 등재 연도는 다음과 같다. 석굴암과 불국사(1995), 종묘(1995), 해인사 장경판전(1995), 화성(1997), 창덕궁(1997),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 유적(2000), 경주 역사 지구(2000),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2007), 조선 왕릉(2009),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2010), 남한산성(2014), 백제 역사 유적 지구(2015).
한편 지난해 일본이 메이지 시대의 산업유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하려 추진했는데, 23개 중에서 8개가 넘는 유적지가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을 강제징용한 곳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있었다. 일본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이 한·일 간의 역사적 진실성 왜곡에 대한 문제로 번져 한국 정부는 외교적 노력과 함께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국제적으로는 독일을 중심으로 위원국들이 양국의 타협을 중재해 원만한 해결을 촉구했고, 등재 신청 당사국인 일본에 유적지별 조치해야 할 사항을 권고하고, 이행 여부를 향후 세계유산위원회가 계속 관리하기로 했다.
세계유산 등재 과열 현상은 등재 심의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인 진정성 규명에 금이 가게 하고 국가 이기주의도 종종 발생하게 한다. 또 역사의 공통요소를 가진 분쟁국 중 어느 한쪽에서 세계유산 등재를 시도한다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서 권고하는 국가 간 상호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사전 협의를 진행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국제적 차원에서 세계유산위원회 내 이사국 또는 전문가 기구가 나서 중재와 조율을 하는데 이 과정 또한 매우 힘들고 상당한 시간과 여러 나라 간에 엄청난 공력이 필요하다. 필자가 관여하는 군사유산과 관련한 세계유산 등재 과정과 등재 후 보존관리도 절대 쉽지 않다.
세계유산 등재 준비 과정은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간 협력과 깊은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시행해야 하고, 등재 후에도 세계유산의 효과적인 보존관리를 위한 방법을 국가 간에 공유하고 현장에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1978년 최초 12기의 세계유산을 선정한 이래 한국은 1995년에 세계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렸고, 세계유산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분야에 온전한 지식과 전문성을 겸비하고, 세계유산제도의 변화 추세를 수시로 모니터링 할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비전을 가지고 이 분야에서 뜻을 펼칠 수 있는 주의 자녀가 많이 나오기를 희망한다.
조두원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책임연구원
국제성곽군사유산위원회 부위원장)
위 글은 교회신문 <47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