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6-28 13:29:26 ]
주님은 언제나 동일시하시고 마귀는 갈라놓으니
내 의지를 벗어 버리고 거룩함으로 한데 어울려야
필자가 처음 음악이론을 공부할 때, 선생님께서는 영어도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그리스어(헬라어)로 숫자 읽는 법’을 가르치셨다. 당시에는 무척 의아하게 여겨졌지만, 그 선생님 덕분에 필자는 영어의 어원을 연구하다 영어 강사까지 되었고, 영어 성경을 읽을 때도 큰 기쁨을 느꼈다.
헬라어 어원의 단어들
헬라어로 1부터 10까지는 1-모노(Mono), 2-디(Di), 3-트리(Tri), 4-테트라(Tetra), 5-펜타(Penta), 6-헥사(Hexa), 7-헵타(Hepta), 8-옥타(Octa), 9-노나(Nona), 10-데카(Deca)로 읽는다. 이 헬라어 숫자들은 많은 단어의 어원으로 사용되었다.
‘1인 드라마’를 뜻하는 ‘모노드라마’(Monodrama), 기업의 ‘독점’을 말하는 ‘모노폴리’(Monopoly)처럼 ‘1’을 의미하는 ‘모노’가 들어가는 단어는 매우 많다.
‘3’인 ‘트리’(Tri)는 ‘트라이앵글’(Triangle, 삼각형), ‘3인조 연주형식’을 뜻하는 ‘트리오’(Trio)의 어원이다. ‘삼위일체’(트리니티, Trinity)도 ‘트리’와 ‘유니티’(Unity, 일체)의 합성어다.
오각형 모양의 미국 국방성 건물을 펜타곤(Pentagon)이라고 하는데 그 어원은 ‘5’를 뜻하는 ‘펜타’다.
‘도-레-미-파-솔-라-시-도’는 8음계다. 이 음계를 그리스어의 ‘8’을 의미하는 ‘옥타’에서 따와 ‘옥타브’(Octave)라고 한다. 다리 8개를 가진 문어를 ‘옥토퍼스’(Octopus)라고 한다. 보카치오가 쓴 ‘10일 동안의 이야기’ 형식의 소설은 ‘10’을 의미하는 ‘데카’에서 따와 『데카메론』이고 ‘10년’은 영어로 ‘디케이드(Decade)’다.
‘2’를 의미하는 ‘디’에서 파생된 단어는 특히 많다. 두 사람의 대화를 뜻하는 Dialogue(다이얼로그)도 ‘둘’을 뜻하는 ‘디’와 ‘로그’(Logue, 이야기)의 합성어다. 음악에서 두 사람의 협연을 의미하는 ‘듀오’(Duo) 또는 ‘듀엣’(Duet)도 ‘디’가 어원이다.
가장 많은 형태의 연주곡 형식인 ‘소나타’도 피아노 소나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피아노 반주를 대동한 독주악기 편성이므로 2중주, 즉 듀오다. 피아노 없이 독주악기 두 대로만 듀오를 하는 특이한 경우도 있어 청중에게 큰 호응을 얻는데, 예를 들면 바이올린과 비올라에 의한 헨델(Handel)의 파사칼리아(Passacaglia)가 대표적이다(QR코드 참조).
둘로 분리시키는 마귀역사 경계해야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혼자 지내는 것을 좋지 않게 보시고 남자와 여자가 함께하는 듀엣(Duet) 형식으로 인생을 주셨다. 그리고 그 목적지는 둘이 합하여 ‘한 몸’이 되는 것이라 하셨다. 아가서에서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한 몸 된 부부로 비유하시고 요한복음 17장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인 것처럼 우리도 예수님과 하나라고 하셨다.
사도 바울이 예수를 따르는 자들을 죽이려고 다메섹으로 가는 도중 부활하신 예수님은 바울에게 말씀하신다.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고. “누구시냐”는 바울의 질문에 “네가 핍박하는 예수”라고 대답하신다. 분명히 바울은 스데반을 비롯해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무리를 잡아 죽였을 뿐이다. 예수를 직접 핍박한 적은 없다.
그러나 주님은 “왜 내 제자들을 핍박하느냐”가 아니라 “왜 나를 핍박하느냐”고 하신다. 우리가 소자에게 물을 주었을 때, 주님이 잘 먹었다고 고마워하시는 것처럼 주님은 언제나 우리를 동일시(identify)한다.
마귀는 이 사실을 철저하게 망각하게 하고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둘’로 쪼개는 데 수단 방법을 안 가린다. 그래서 마귀의 이름이 ‘2’를 뜻하는 그리스어 ‘디’에서 파생된 ‘디아블로스’(Diabolos)다. 하나를 둘로 만드는 자. 원래는 하나님 형상의 모양이요, 그의 영을 받은 우리, 타락했다가 예수 십자가 피의 공로로 죄를 씻어 다시 하나님과 하나가 되었는데도 우리를 주님과 분리시키고 그 사이에 담을 건설하는 자. 내가 고통당할 때 마치 그 고통을 무심하게 허락하시고 모르는 척하시는 분인 것처럼 하나님을 오해하게 하는 자. 내 마음과 뜻과 생각과 몸과 모든 것이 처음부터 주님 자체, 주님의 것임을 망각하게 하는 자. 나와 주님을 이간하는 자. 그래서 디아(dia)블로스다.
아무리 훌륭한 연주자라도 각각의 악기가 “나 멋지지? 나를 더 주목해 줘” 하면서 각자 따로 연주한다면 훌륭한 듀오가 못 된다. 어떤 연주자는 친척이 유명한 피아노과 교수님이셔서 반주를 부탁했다가 몇 번 협연한 후 결별했다. 너무 심오하게 자기 음악에 빠지는 그 교수님의 무아지경이 어우러져야 할 연주를 땅에 묻어 버렸다고 한다.
교회를 열심히 다녀도 내가 디아(dia)블로스에 속아 예수님을 매장시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예수님과 하나 되어 그분이 진정한 주인이 되시면, 내 생각, 내 원칙, 내 의지, 내 경건, 나의 의로움으로 말미암아 정작 주님을 놓치는 오류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박성진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미래에셋증권 상무
위 글은 교회신문 <48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