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11-09 10:50:31 ]
우루과이 국제 학술 세미나 초청연주회
탱고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고장에서 '참 아름다워라''주기도문' 올려 드려
<사진설명> ICOFORT 국제학술세미나가 열린 우루과이 '구원의 궁'.
지난 10월, 우리 부부는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산하기관 ICOFORT(국제성곽군사유산학술위원회)에서 매년 개최하는 국제 학술 세미나에 초청을 받았다. 이번이 세 번째다. 세미나에서 남편은 발표자로, 나는 피아노 연주자로 하나님께 영광과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렸다.
한국에서 남미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까지 가는 데 비행시간만 35시간 넘게 걸렸다. 직항이 없어 두 번이나 경유해야 했다.
연주 여행을 갈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연주하러 외국에 가니 얼마나 좋으냐"고 자주 말한다. 물론 경비나 상황 면에서 외국 여행 한 번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연주하러 먼 외국에 갈 때마다 느끼는 불안감은 연주자가 아니면 아마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우루과이로 향하면서 긴 비행시간만큼 점점 무뎌지는 손가락 움직임과 악보 암기에 따르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게다가 한 번도 연주해 본적 없는 연주회장과 피아노 상태,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음향 시설도 불안했다. 보통 마지막 연주가 끝나는 순간까지 이러한 불안감이 따라다니는데, 그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기도뿐이다. 그러기에 기도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깨닫는다.
남미의 독특한 문화 색채
이번 연주회 프로그램은 지난 7월, 연세중앙교회에서 열린 피아노 독주회에서 연주한 찬양과 클래식 곡으로 구성했다. 남미의 독특한 문화 색깔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짰다.
남미 음악은 '라틴 음악'이라는 별도의 장르로 불릴 만큼 그들의 음악과 춤은 확실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라틴 음악'이라고 하면 대부분 탱고, 삼바, 살사, 하바네라, 반도네온, 그리고 반도네온 연주자이자 탱고 작곡가인 피아졸라(Astor Piazzolla, 1921~1992)를 떠올린다. 예전에 연주 여행차 아르헨티나를 방문했을 때도, 탱고를 비롯해 피아졸라의 음악과 춤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반도네온'은 남미의 대표적인 연주 악기로 주로 탱고에 많이 사용한다. 아코디언과 흡사한 모습이지만 소리 색채감과 악기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볼륨의 매력은 매우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이곳 우루과이도 라틴 음악이 주를 이루는데, 사실 대부분 남미 나라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에(브라질은 포르투갈어) 그들의 음악과 춤, 문화에 국경선이 없어 보인다.
탱고를 크게 유행시킨 첫 번째 음악가는 '카를로스 가르델(Carlos Gardel, 1887~1935)'이다. 그는 남미 전역에 탱고를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탱고의 전설적인 작곡가 피아졸라를 발탁하기도 했다. 우리를 초청하신 분은 "이번에 연주할 피아노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피아노"라고 재차 설명해 주었는데, '탱고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카를로스 가르델이 사용했다고 한다.
'구원의 궁'으로 불리는 연주회장은 수도인 몬테비데오에 남아 있는 유일한 아르누보 양식(1890~1910년 사이 국제적으로 유행한 건축 양식, 유동적인 곡선이 특징)의 건축물이다. 궁 내 박물관에 카를로스 가르델이 사용했다는 피아노가 전시돼 있었는데, 그 곳이 바로 피아노연주회 장소였다.
시작은 늘 하나님 나라를 간구하는 마음을 담아 '참 아름다워라' 찬양으로, 마지막은 '주기도문' 곡으로 마무리했다. 하나님 은혜로 이번 연주회도 무사히 잘 마쳤다. 연주 이후 몇몇 사람이 연주곡을 다시 듣기를 원했고 남편은 아예 우리 연세중앙교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피아노 독주회 영상을 파일로 보내 주면서 열심히 교회를 알리고 하나님을 간증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주님께서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셨을 시간이다.
출국대를 지나면서
9일 동안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독일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공항에 내렸다. 공항에 도착하면 통과 절차를 거쳐 다음 비행기를 타는 게이트로 간다. 통과 절차를 밟던 중, 갑자기 우리 일행의 수하물을 따로 검사해야 한다고 해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잠시 당황했다.
'나는 걸릴 것이 없는 깨끗한 사람인데, 왜 나를 잡지?'
알고 보니 내가 소속한 연세중앙교회 헬몬찬양대 대원들에게 주려고 산 사탕이 제한품목이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많은 양이 아니라 통과되었다.
검사를 마친 후, 통과 절차를 받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하나님이 떠올랐다. 어느 날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나의 모습이 죄 없이 깨끗해서 그분 앞에서 당당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나님께 거룩하게 육신의 때를 사용당하다 주님 앞에 거룩한 모습으로 서서 주를 찬양하고 싶다. 할렐루야.
/한정덕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Maastricht)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
헬몬찬양대 피아노 반주자
위 글은 교회신문 <50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