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12-14 15:45:35 ]
정욕에 눈멀어 비참하게 붙들린 삼손
화려하고 웅장한 바로크 양식으로 표현해
성도들 항상 깨어 신앙생활 하도록 경각심 주어
<사진설명> <삼손과 들릴라>(안소니 반 다이크 作, 148×257cm, 빈 미술사 박물관 소장). 풍부한 색채와 뚜렷한 명암의 대비, 역동적인 인물 묘사로 이성적이며 절제미를 강조한 르네상스 양식과 달리 바로크 미술 특색이 잘 나타나 있다. 이 작품은 삼손이 들릴라의 무릎을 베고 잠든 사이 그의 머리카락이 잘린 후 블레셋 사람에게 붙들린 장면을 표현했다.
17세기 바로크 미술의 대표 화가 안소니 반 다이크(Anthony van Dyck, 1599~1641년)는 플랑드르(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부유한 상인의 일곱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뛰어난 재능이 있어 미술 신동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열여섯 살의 나이로 자신의 공방을 만들어 조수들과 함께 작품을 제작했다.
작은 키에 준수한 외모를 가진 반 다이크는 사교적이며 친절한 성품을 지녔다고 한다. 바로크 미술의 거장 루벤스와 동시대를 살았으며 한때 루벤스의 작업장에서 그림을 함께 제작하기도 했다. 반 다이크의 실력은 루벤스의 작품에 견줄 만큼 날로 인정받게 되었고 점차 그의 명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의 작품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반 다이크의 초상화는 실제 인물보다 훨씬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인물을 아름답게 묘사했고 기존 작품과는 달리 풍경을 초상화의 배경으로 사용하였다. 그의 기품 있는 화풍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으며 귀족과 상류층 사람들의 제작 주문이 쇄도했다.
반 다이크의 초상화 작품이 유럽의 여러 나라와 영국 국왕 찰스 1세에게까지 알려지면서 찰스 1세의 초청을 받아 영국의 궁정화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반 다이크는 국왕의 위엄과 왕실의 권위를 나타내는 수많은 작품을 그렸으며 영국에 머물면서 수백 점의 초상화를 남겼다. 반 다이크의 작품은 교양과 품위를 돋보이게 하는 초상화의 공식 양식이 되어 18세기 후반까지 영국과 유럽회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품 <삼손과 들릴라>(1630년, 빈 미술사 박물관)는 풍부한 색채와 뚜렷한 명암의 대비, 역동적인 인물 묘사로 이성적이며 절제미를 강조한 르네상스의 양식과는 달리 화려하고 웅장하며 동적인 바로크 미술의 특색이 나타나 있다. 이 그림은 삼손이 들릴라의 무릎을 베고 잠든 사이 그의 머리카락이 잘린 후 블레셋 사람에게 붙들린 장면을 표현했다. 삼손은 자신의 힘을 무력화 시키고 블레셋에게 자신을 넘긴 들릴라를 질책하기는커녕 헤어지기 아쉬운 듯 처량하게 끌려가는 모습이다.
삼손은 모태에서부터 하나님께 바치운 나실인으로 태어났다. 당시 이스라엘의 사사로서 그에게는 평생 포도주와 독주, 부정한 것을 먹지 말아야 했고 머리에 삭도를 대는 것이 금지되었다. 나귀의 턱뼈로 블레셋 사람과 싸워 일 천명을 죽일 만큼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장사였지만 여자와 정욕 앞에는 나약한 인간이었다. 이방 여인 들릴라를 보고 사랑에 빠진 삼손은 나실인의 행실과 본분을 망각하고 사사의 사명을 잊어버렸다.
블레셋 사람에게 매수된 들릴라는 삼손의 힘의 비밀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고 그에게 노골적인 질문을 던진다. “청컨대 당신의 큰 힘이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으며 어떻게 하면 능히 당신을 결박하여 곤고케 할 수 있을는지 내게 말하라(사사기 16:6)”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목숨을 죽일지도 모르는 여인의 속내를 알고도 삼손은 거절하거나 경계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거짓 답변으로 들릴라를 여러 번 속이면서 그것을 재미로 즐기고 있었다. 이미 정욕에 눈이 먼 삼손은 분별력조차 상실한 모양이다. 마침내 끈질기도록 비밀을 캐묻는 들릴라의 재촉에 못 이겨 삼손은 하나님이 주신 힘의 비밀을 실토하고야 만다. 죄의 유혹이 장난처럼 시작됐지만 그 죄는 결국 삼손을 삼켜버리고 말았다. 머리카락이 잘리우고 힘을 잃어버린 삼손은 블레셋 사람들에게 붙잡혀 두 눈이 뽑히고 감옥에 갇혀 맷돌을 돌리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방탕한 죄에 빠진 삼손이었으나 간절히 회개하고 기도하였을 때 하나님께서는 다시 그에게 큰 힘을 주시고 블레셋을 멸하는 일에 크게 사용하셨다.
“가로되 블레셋 사람과 함께 죽기를 원하노라 하고 힘을 다하여 몸을 굽히매 그 집이 곧 무너져 그 안에 있는 모든 방백과 온 백성에게 덮이니 삼손이 죽을 때에 죽인 자가 살았을 때에 죽인 자보다 더욱 많았더라”(삿16:30).
최후를 마감한 삼손과 같이 하나님이 쓰시는 사람일지라도 깨어 있지 않으면 어느덧 죄의 유혹과 시험에서 넘어지고 실패하는 것을 보게 된다. 성도 된 우리의 삶도 항상 깨어 기도하고 죄 많은 세상에서 거룩하게 구별되어 성령의 이끌리는 삶이 절실히 필요하다.
/문준희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50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