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서 세트로 연주되지만
서로 다른 작곡가의 작품
곡 분위기 따라 쉽게 구분 가능해

결혼식은 남남이 만나 한 몸을 이루고 하나님의 영광을 이루고자 새 삶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우리의 삶에 중요한 시발점인 결혼식에서 ‘음악’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신랑과 신부가 입장할 때 분위기와 상황에 맞게 곡이 연주되는데, 그중 항상 빠지지 않고 보편적으로 연주되는 두 곡이 있다. 바그너의 ‘결혼 행진곡’이 신부 입장과 함께 결혼식의 문을 연다면, 멘델스존의 ‘축혼 행진곡’은 식을 마무리한다. 이 곡들의 유래를 보면 재미있으면서도 의아한 부분이 있다. 그 유래를 알아보고자 한다.

바그너의 ‘잔잔한’ 결혼 행진곡
신부 입장곡인 ‘결혼 행진곡’은 오페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작품 <로엔그린>에서 제3막 전주곡에 이어 나오는 ‘혼례의 합창’에 등장한다. <로엔그린>에 나오는 곡 중 가장 유명하다. 엘자와 로엔그린의 결혼식 장면에서 이 음악이 사용된 후 전 세계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결혼 행진곡’은 결혼식장에서 가장 많이 연주하는 곡이고 대중에게 익숙한 곡이다. 하지만 정작 세트로 묶이는 ‘축혼 행진곡’과 혼동하기도 한다. 여러 사람에게 “결혼 행진곡을 불러 달라”고 요청하면, 분명 서로 다른 멜로디를 부를 것이다. 오죽하면 유튜브에서 ‘결혼 행진곡’을 검색할 때 작곡가 이름을 따로 붙이지 않으면 ‘축혼 행진곡’이 나올 정도다. 사람들이 얼마나 헷갈리는지 알 수 있다. 구분하자면 잔잔한 곡이 결혼 행진곡, 화려한 곡이 축혼 행진곡이다. 결혼식 시작과 마감에 각각 사용돼 ‘결혼 연주곡’으로 묶이는 단짝 곡이지만, 정작 이 두 곡의 작곡가들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비극 삽입곡인 점은 아이러니
‘결혼 행진곡’에는 또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이 있다. ‘결혼 행진곡’은 결혼식에서 행복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쓰이지만, 원작인 오페라 <로엔그린>은 비극이라는 점이다. 극의 여주인공 엘자가 난국에 처하자 그녀의 시녀는 신께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그때 백조가 끄는 작은 배를 타고 로엔그린이 나타난다. 로엔그린은 엘자에게 그녀를 구해 주면 “자신과 결혼해 줄 것”과 “자신의 신분을 절대로 묻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하고 엘자는 맹세를 한다. 로엔그린은 엘자를 구하고 둘은 축복 속에 결혼한다. 그러나 엘자는 로엔그린의 신분이 궁금해 주체하지 못하다가 한순간 맹세를 깨는 질문을 하고 만다. 로엔그린은 왕 앞에서 성배를 지키는 기사이고 그 나라의 통치자인 파르지팔의 아들인 사실을 밝힌다. 신분을 노출했기에 로엔그린은 돌아가야 했다. 로엔그린은 비둘기가 끄는 배를 타고 떠난다. 떠나는 로엔그린을 비통하게 지켜보던 엘자는 남동생의 품에 안겨 죽는다. 이렇듯 ‘로엔그린’은 비극 중에서도 비극이다. 장중하고 훌륭하지만 비극 속에 만들어진 곡이 결혼식에 쓰인다는 점이 의아하다.

‘한여름 밤의 꿈’ 읽고 감동받은 경쾌·화려한 축혼 행진곡
멘델스존의 ‘축혼 행진곡’은 결혼식에 아주 잘 어울린다. 멘델스존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읽고 감동에 사로잡혀 곡을 썼다고 한다. 극중 드미트리우스와 헬레나, 라이샌더와 허미아의 결혼식이 화려하게 펼쳐질 때 그들의 행진곡으로 연주된다. 환상과 유머가 가득하고 매우 즐거운 내용의 희곡을 소재로 삼았다. 음악도 대체로 경쾌하고 힘차며 즐겁다. 결혼 행진곡으로 이보다 더 화려한 곡이 있을까.

‘결혼 행진곡’과 ‘축혼 행진곡’ 두 작품이 결혼식에서 환영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그너의 ‘결혼 행진곡’은 진지하고 엄숙하며 가사 첫머리 그대로 진실하다(treulich). 멘델스존의 ‘축혼 행진곡’은 신혼의 환희를 폭죽처럼 화려하게 터뜨린다. 두 작품의 이미지는 오늘날 결혼식과 떼어낼 수 없다. 결혼식과 이 두 곡은 언제나 함께하는 동반자다.

/박은혜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함께 들어요

    바그너  ‘혼례의 합창’        멘델스 존 ‘축혼 행진곡’

위 글은 교회신문 <52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