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아름다운 무지개 다리, 만안교
등록날짜 [ 2017-04-13 15:44:12 ]
조선 정조 행차 위해 만든 만안교,
국내 최대 규모 홍예식 석교로 보존가치 높아
인근 석수시장에 작가들 입주,
‘석수 아트프로젝트’로 지역 문화 활성화에 기여
우리 주위에는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문화재가 있다. 최근 방송에서 우리 역사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처럼 주위에 늘 있었지만 문화재인지 미처 몰랐던 유적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문화재는 연세중앙교회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에 위치한 유형문화재 제38호 ‘만안교’다.
<사진설명> 홍예식(문 윗부분을 무지개 모양으로 반쯤 둥글게 만든 방식)으로 세운 만안교. 조선 정조대왕의 화성능행을 편안하게 하고자 건립됐다.
보존가치 높은 조선후기 대표 홍예식 석교
만안교는 조선 후기에 건립한 대표적인 석교(石橋)다. 만안교는 조선 시대 정조의 ‘화성능행’을 편안하게 하고자 건립했다. ‘화성능행’은 정조대왕이 본래 머물던 궁 밖으로 행차하는 일인데, 단순한 성묘 수준이 아닌 매우 큰 국가적 행사였다. 그 순서를 살펴보면, 조선 시대 도읍지인 한양에서 출발해 노량진, 과천, 화성을 거쳐 구 화성의 융릉(사도세자의 묘)에 이른다. 그 경로는 지형상 상당히 험했다고 한다. 따라서 조금 먼 길을 택해 시흥과 수원 방면으로 길을 바꿔 행차했다. 이때 안양천을 건너가게 되면서 지은 다리가 바로 지금의 만안교다.
당시 왕을 비롯해 수많은 신하와 식솔이 왕의 행차를 도우려고 같이 움직였다. 처음에는 필요할 때마다 나무를 사용해 임시 다리를 세웠다. 이를 철거하고 다시 세우기를 반복하자 지역 민심이 좋지 않았다. 따라서 정조 19년인 1795년, 경기도 관찰사인 서유발이 왕의 명령을 받들어 3개월 공사 끝에 홍예식 석교 ‘만안교’를 건립했다. ‘홍예’는 ‘무지개’를 뜻한다. 즉 홍예식이란 문 윗부분을 무지개 모양으로 반쯤 둥글게 만든 방식이다. 보통 홍예문을 쌓는 데 사용하는 쐐기 모양 벽돌이 있다. 위는 반원형으로 둥글넓적하게 퍼지고, 밑동은 반원형으로 안으로 패여 있어 좁다.
홍예돌 11개로 강한 힘 받아
만안교는 홍예식 석교의 국내 최대 규모 사례로서 보존가치가 높다. 만안교는 지형 상황을 고려해 지었다. 일반적으로 물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기에, 물이 흐르는 북쪽 바닥에는 다리를 보호하려고 장대석형 바닥돌을 깔았다. 홍예를 세우고자 바닥에는 규모가 큰 기반석(基盤石)을 놓았다. 특히 물이 흘러들어오는 북쪽에는 앞부분을 삼각형 형태로 돌출시켜 물의 흐름이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하게 했다. 기반석은 토사 때문에 10~20cm 정도만 노출되어 있다. 홍예식 수구는 중앙을 가장 크게 하고 양쪽으로 갈수록 좁게 고안했다.
중앙 홍예는 홍예돌 11석을 활용해 강한 힘을 받을 수 있게 정교하게 다듬어 일정한 형태로 엮었다. 홍예 이외 부분은 직사각형으로 다듬은 돌을 정교하게 끼워 마감했다.
전체적인 다리 축조 수법이 창덕궁에 있는 홍예식 석교인 금천교와 유사하다. 하지만 만안교가 훨씬 정교하게 지어졌다. 금천교는 조선 전기(1392~1590)에 만들었는데 조선 후기에 지은 만안교는 규모 면에서 크고, 축조 기술이나 토목 기술면에서 발달한 모습을 보여 준다. 조선 후기 대표 홍예석교임을 알 수 있다.
사라질 위기에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화
만안교는 근 100여 년간 사라질 고비를 몇 차례 맞았다. 1904년, 조선 말기에 경부선을 개통할 때, 또 6.25사변 이후 경제발전 원동력이 된 전철 1호선을 개통할 때, 1980년 안양천을 확장 공사할 때, 만안교는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정조대왕의 능행차와 관련한 시설로 그 가치성을 인정받아 ‘이전 적합지’인 현 위치로 옮겼다.
현재 만안교 인근에는 1979년 화려하게 개장한 ‘석수시장’이 있다. 여러 이유로 석수시장 빈 점포에 작가들이 입주했고, 작가들은 ‘지역성’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이를 내보여 석수시장을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냈다. 이것이 ‘석수 아트프로젝트’다.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문화 재생과 커뮤니티 통합, 소통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역 역사를 고스란히 지닌 만안교를 중심 삼아 어린이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문화유산 교육과 활용 중심지로 변모했고,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한다.
혹시라도 안양 근처를 지나간다면 정조의 행차를 생각하면서 홍예식 석교인 만안교를 걸어 보기를 바란다.
/조두원 집사(해외선교국)
경기문화재단 책임연구원
국제성곽군사유산위원회 부위원장
건국대 세계유산학과 겸임교수
위 글은 교회신문 <52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