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7-07-04 14:25:43 ]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크게 네 가지 그룹으로 나뉘어
작품에서 느껴지는 특정 분위기는 편성한 악기 종류에 크게 좌우돼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다 보면 작곡가나 작품을 제 나름대로 평가하게 된다. “브람스의 교향곡은 묵직하다”라든가 “비발디의 음악은 밝고 찬란하다”라는 식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음악 작품에 대한 이런 의견은 꽤 보편적이라는 사실이다.
비발디의 <사계>를 듣고 무거운 느낌을 받는 사람은 별로 없다. 브람스 <교향곡>의 느린 악장을 들으면서 발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것은 작품 고유의 음악적인 면, 즉 선율, 리듬, 화성의 특성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작품에 편성한 악기 종류에도 크게 좌우된다.
브람스의 <교향곡 2번>에는 묵직한 음색을 지닌 트롬본과 튜바를 편성했다. 비발디의 <사계>는 금관악기를 사용하지 않고 밝은 음색을 띤 바이올린 독주와 쳄발로를 넣어 현악 오케스트라로 연주한다. 그러니 브람스의 <교향곡>은 묵직하고 비발디의 <사계>는 찬란할 수밖에. 작품의 악기 편성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음악의 분위기, 규모, 소리를 짐작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은 네 가지 그룹으로 나뉜다. 즉 ‘현악기군(群)’, ‘목관악기군’, ‘금관악기군’, ‘타악기군’ 중 어느 하나에 속한다. 따라서 다소 무리가 있는 말이지만 “오케스트라 연주는 사실상 사중주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현악기군은 4개? 5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네 가지 악기인데 왜 ‘현악 5부’라고 하죠?”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대규모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첫 그룹인 ‘현악기군’을 살펴보자. 곡에 따라 간혹 ‘하프’처럼 줄을 튕겨 소리 내는 현악기가 들어가지만 기본적으로 오케스트라의 현악기군은 활을 사용하는 악기들이 중심이다. 악기 종류는 4가지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다.
그런데 여기서 바이올린 파트가 제1성부와 제2성부로 나뉘므로 실제 성부로는 5성부가 된다. 베토벤의 교향곡에서나 브렛 딘의 비올라 협주곡에서나 현악기군이 모두 ‘현악5부’로 표시된 것을 보면 베토벤 시대나 지금이나 현악기군의 체계는 같다.
강렬한 금관, ‘과다 사용’ 금물
금관악기군의 기본 악기 역시 4가지다. 호른, 트럼펫, 트롬본, 튜바. 새로운 표준 약자 표기로 보면 호른과 트럼펫, 트롬본은 ‘hn.’ ‘tpt.’ ‘trbn.’ 금관악기군에서 종종 사용되는 테너 튜바는 ‘ttuba.’로 표기한다. 오케스트라의 목관 섹션에 특수한 가족악기들이 자주 편성되는 것과 달리 금관악기군은 대부분 기본 악기 위주로 편성된다. 브렛 딘의 비올라 협주곡에도 기본적인 금관악기 4종류만 편성되어 있다.
4가지 기본 금관악기 가운데 호른은 울림이 깊고 풍부해 목관악기와 금관악기의 개성 있는 소리를 잘 섞어주므로 금관악기 중 가장 많은 인원이 편성된다. 반면 자극적인 소리의 트럼펫이나 금관악기 중 가장 큰 소리를 내는 트롬본을 편성할 때 작곡가들은 주의를 기울인다. 특히 트롬본 소리는 너무 커서 교향곡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마지막 악장에만 등장하는 일이 잦다. 따라서 트롬본 주자들은 교향곡을 연주하는 동안 연주하지 않고 앉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다.
<사진설명> 금관악기군
무한대의 타악기군
오케스트라의 타악기군은 특별한 체계가 없다. 두드려 소리 낼 수 있는 악기는 모두 타악기여서 오케스트라에서 사용하는 타악기 종류를 몇 가지로 한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만큼 타악기 주자는 여러 가지 타악기를 다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팀파니 주자만큼은 거의 고정적으로 팀파니만 연주하므로, 오케스트라의 타악기군은 ‘팀파니와 기타 타악기’로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때 팀파니는 ‘timp.’로 표기하며 일반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큰북(Bass Drum)은 ‘BD.’ 작은북(Snare Drum)은 ‘SD.’ 트라이앵글은 ‘tgl.’로 표기한다.
이상적인 하모니를 위한 고민
베토벤 시대 작곡가들이나 21세기 작곡가들이나 오케스트라를 네 가지 악기 그룹으로 보는 시각은 같다. 다만 각 악기군에 얼마나 많은 수의 악기를 편성할 것인지, 목관·금관의 가족악기 중 어떤 악기를 편성할 것인지 차이만 약간 있을 뿐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작곡가들은 음악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소리에 딱 맞는 악기를 찾아내려고 악기 편성을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간단해 보이는 악기편성 표기 속에 담긴 작곡가들의 치열한 고민을 생각하면서 음악 작품을 대한다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오보에 솔로나 팀파니의 타격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유민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졸업
세종시 필하모닉 오보에 수석/ 연세오케스트라 단원
위 글은 교회신문 <53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