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7-07-19 07:17:02 ]
렘브란트 <선한 사마리아인>
흥미로운 구도와 특유의 변증법으로 유대인의 위선 표현
고흐의 동명 작품
강렬하고 유려한 필치로 역동적인 감정 묘사해
한 사람이 여리고로 가다가 강도를 만난다. 마침 제사장이 그 길을 지나가다 강도 만난 자를 발견하지만 못 본 척 가던 발걸음을 재촉한다. 레위인도 마찬가지다. 당시 천대받던 사마리아 사람은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상처를 치료한 후 주막에 데리고 가서 돌봐준다. 강도 만난 사람이 다 나을 때까지 돌봐주라며 주인에게 돈을 더 얹어 주기까지 한다.
누가복음 10장 25~37절에 등장하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다. 수많은 화가가 각자 개성 넘치는 화법을 사용해 ‘선한 사마리아 사람’을 그림에 담았다. 그중 렘브란트와 고흐 작품이 대표적이다. 두 작가의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자.
<사진설명> 렘브란트가 그린 <선한 사마리아 사람>(왼쪽)과 고흐가 그린 동명 작품(오른쪽). 렘브란트는 성경 속 인물들을 소재 삼아 많은 작품을 남겼고, 인물들 심리를 그림에 담으려 했다. 고흐는 위대한 화가들의 그림을 모사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다듬었고 생애 말 성경을 소재로 한 절정의 작품들을 남겼다.
렘브란트, 성경 인물의 생각을 그리다
렘브란트 반 레인(Rembrant Van Rijn·1606~1669)은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대표 화가다. 렘브란트는 유화, 동판화, 소묘 작품을 남겼는데 특히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색채와 명암 대조를 강조하고, 빛의 효과에서 회화적 효과를 거둬 ‘근대적 명암의 시조(始祖)’란 별칭을 얻었다. 신앙심도 두터웠는지 성경 속 사건을 자주 조명해 많은 걸작을 남겼다.
1633년에는 <선한 사마리아인>을 그려 선행과 본성을 표현했다. 기존 성화(聖)가 화려하고 거룩한 느낌을 준다면, 렘브란트는 성경 속 인물들의 다양한 심리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작품 구도가 흥미롭다. 그림을 가로와 세로로 나눌 수 있다. 가로로 나누면 위에는 선한 사마리아인과 여관 사람들이 있고, 아래는 말과 그와 관계된 사람이 있다. 세로로 나누면 왼편에 사람이 몰려 있고, 오른편에는 개와 우물가에 여인 한 명이 뒤쪽에 있다.
이 작품에는 렘브란트 특유의 변증법이 담겨 있다. 강도 만난 자를 말에 태워 집으로 옮겨 가는 장면 옆에 똥 누는 개가 그려져 있다. ‘개’는 유대인이 가장 혐오하던 동물 중 하나다. 개가 편안하게 똥 누는 모습은 유대인의 위선과 그들이 ‘개’처럼 여긴 사마리아인의 선행을 동시에 겨냥한다.
강렬한 붓 터치로 세상을 흔든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는 서양 미술사에서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이다. ‘광인(狂人)’이라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고흐는 목사인 아버지와 기독교 가정 아래서 자랐고 십 대 시절 목사가 되길 꿈꿨다.
고흐는 네덜란드 쥔더르트에서 태어나, 화가의 길을 걷기 전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다가 동생 테오에게 제안을 받아 생애 마지막 10년간 그림을 그렸다. 운명을 2년 앞두고는 성경 속 사건을 화폭에 자주 담았다.
고흐는 특별히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옛 거장들의 그림을 자세하게 살펴보고 그중 작품 몇 개를 모사(模寫)해 보면서 미술에 대한 지식과 재주를 독학으로 익혔다.
고흐가 운명하던 해에 그린 <선한 사마리아 사람>(1890, 크뢸러 뮐러 미술관)은 생레미 요양원에서 쉬던, 생애 마지막 해에 완성됐다.
황금색 옷을 걸친 사마리아 사람이 허리와 어깨에 온 힘을 주면서 부상자를 나귀에 태우는 장면을 표현했다. 강도 만난 사람은 사마리아 사람에게 온몸을 맡겨 깊은 믿음을 나누듯 서로 의지하고, 사마리아 사람 등 뒤로(그림 좌측) 제사장과 레위 사람이 부상자를 못 본 척하면서 험준한 산과 계곡으로 사라진다.
그림에 등장하는 대상의 윤곽에는 직선이 없고, 옷 주름, 나귀 모습 그리고 계곡과 계곡으로 난 길 모두 꾸불꾸불하다. 필치가 강해서 붓 자국의 힘이 그대로 드러나고 과감한 색상과 어울려 중앙에 놓인 두 인물에게 역동성을 더해 준다. 또 밝고 두터운 색채와 활달한 붓놀림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강렬한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작가 특유의 생명감과 연민을 엿보게 한다.
영혼 사랑하는 참이웃 되길
예수님은 선한 사마리아 비유를 말씀하신 후,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고 물어보신다.
“네 의견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가로되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시니라”(눅10:36~37).
예수께서 전하신 당부는 오늘날 예수 믿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이웃 영혼이 예수 몰라서 지옥 가는 것을 뻔히 알면서 제사장이나 레위인처럼 방관하지 말고, 선한사마리아 사람처럼 그 영혼이 예수님을 만나 구원받도록, 그가 또 한 사람의 전도자로 세워지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복음 전도자가 되어야 한다.
/박소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53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