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세계 속의 ‘문화 강국’을 향하여

등록날짜 [ 2017-08-22 15:29:54 ]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수록
한국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
문화재 복원과 재건 사업은 어려운 검증 과정 거쳐야 하지만
문화 강국을 위해 꼭 필요해

문화재의 본래 뜻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문화 활동으로 창조된 ‘가치가 뛰어난 사물’이다. 둘째, 문화재보호법이 보호하겠다고 정한 유형·무형·민속 문화재, 천연기념물, 사적, 명승지 따위다.

우리나라는 전쟁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문화유산이 유실되고 훼손되었다. 그런데도 1995년에 해인사 장경판전과 석굴암·불국사를 시발점으로 한국의 많은 문화유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이름을 연이어 올리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 속 세계유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된 국내 문화재는 총 12개다. ①석굴암·불국사 ②해인사 장경판전 ③종묘 ④창덕궁 ⑤화성 ⑥경주 역사 유적지구 ⑦강화·화순·고창 고인돌 유적 ⑧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 ⑨조선왕릉 ⑩한국의 역사 마을: 하회와 양동 ⑪남한산성 ⑫백제 역사 유적지구. 그 외에 한국 정부는 ‘한양 도성’을 비롯해 국내에 있는 아름다운 유산들을 잠정 목록으로 관리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화재가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되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또 세계유산을 홍보하고 활용하면 해당 지역 경제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한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와 기관은 지역 문화재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려고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으며, 그중 최근 남한산성(2014)과 백제 역사 유적지구(2015)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연속하여 등재되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되려면 다양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완전성(Integrity)’이다. 등재하려는 유산의 성격과 기능을 규명할 때 주요점은 ‘현재 완전히 보존되어 있는가’ 아니면 ‘훼손되었는가’ 또는 ‘현시대 요구에 따라 부분 또는 전체가 재건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재건에 필요한 필수 요소, 기록물
대한민국 정부는 1970년대 국난극복 정신과 관련한 문화재를 교육 장소로 재정비한다는 국정 기조에 따라 다양한 문화재를 대상으로 복원 정화사업을 진행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문화재 보존 관리 행위를 ‘재건(reconstruction)’이라고 한다. 당시 국내 항일 유적, 독립운동 유적, 군사 유적 같은 수많은 문화재가 재건되었다. 대표 사례로는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수많은 노력으로 재건된 ‘수원화성’을 들 수 있다.

문화재 복원과 재건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재건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문화재가 훼손되기 전 상태를 면밀하게 기록한 ‘기록물’의 유무다.

수원화성을 온전하게 재건하기 위해 축성 당시 사용된 재료, 장소 특성, 공법, 공사 기록 등 모든 부분을 고증하였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였다. 정조 재위 기간에 화성 축성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1794년 1월부터 1796년 8월까지 작성한 공사 보고서다.  화성성역의궤기록에 따라 1970년대 후반에 이루어진 모든 재건과 관련된 기록은 1980년에 간행된 《수원성복원정화지》에 실려 있다. 참고로 《화성성역의궤》는 2007년 《조선왕조의 의궤》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에도 등재되어 그 가치성은 이미 국제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진설명> 6·25전쟁 후 수원화성 장안문(왼쪽)과 재건 후 수원화성 장안문(오른쪽) 모습. 2017년은 수원화성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단순히 원래 모습을 찾는 것 이상으로
우리가 현재 눈으로 볼 수 있는 재건된 ‘문화재’는 사실 과거의 것과 아주 다르다. 문화재는 외적인 많은 요인 탓에 유실되고 부식되어 일부분만 남는다. 처음 모습 그대로 복원하거나 재건하려면 수많은 노력과 검증과 연구가 수반되어야 하고, 우리가 사는 현대의 요소들과 어울리도록 적합성과 조화로움까지 고려해야 한다.

가끔 정치적, 경제적 수단으로 문화재 복원과 재건이 시도돼 문화재의 진정성이 훼손되고 변질된다. 그마저도 50년, 100년 후에는 문화재 보존 관리의 한 모습으로서 가치성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럴 바에야 현재 훼손된 상태가 더는 악화하지 않게 보존하고 관리하는 편이 더 의미 있다고 본다. 첨단 기술을 이용해 과거에 이러했으리라 추측할 수 있는 모델 제작이나 복원 영상을 만들어 알림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조두원 집사(해외선교국)
경기문화재단 책임연구원
국제성곽군사유산위원회 부위원장
건국대 세계유산학과 겸임교수

 


 

위 글은 교회신문 <54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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