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C 오페라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
성경 속 모세 이야기를 화려한 그랜드 오페라로 표현
놀라운 은혜로 애굽에서 해방되고도 여전히 불평불만하는 이스라엘처럼
예수 피의 은혜로 구원받은 우리가 은혜 잊고 원망 불평해서는 안 돼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1792~1868)는 19세기 초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면서 벨칸토(화려하고 기교적인 창법) 낭만주의 예술성을 꽃피웠다. 멜로디 구성에서 뛰어난 천재성을 나타냈다.
로시니는 1822년 나폴리를 떠나 빈, 런던을 거쳐 파리에 정착한다. 당시 파리는 독일 작곡가 자코모 마이어베어(Giacomo Meyerbeer, 1791~1864) 스타일의 ‘그랜드 오페라’(비극적인 내용으로 화려한 무대가 전개되는 오페라)가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로시니도 파리 시민의 구미에 맞는 오페라를 선보였다.
《모세와 파라오》(1827)는 1818년에 《이집트의 모세》라는 작품으로 나폴리에서 초연됐다. 로시니가 프랑스로 옮겨 파리의 이탈리아 극장 음악 감독으로 재임하면서 《모세와 파라오》로 개작해 1827년 초연했다. 대본은 이탈리아 대본 작가 안드레아 레오네 토톨라(Andrea Leone Tottola)가 썼다. 대본을 프랑스어로 바꾸고, 3막에서 4막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구약성경 출애굽기 일부 내용을 다루지만 ‘모세의 조카 아나이(Anais)와 파라오의 아들 아메노피스(Amenophis)의 사랑’이라는 가공의 에피소드를 덧붙였다. 합창이 중요하고 화려한 발레가 삽입되는 등, 그랜드 오페라의 전형을 보여준다. 4막에 등장하는 유대인의 기도 합창은 파가니니(Nicol Paganini, 1782~1840)의 유명한 《모세 변주곡》의 기초가 된 귀에 익은 선율이다.
작품 배경은 성경 속 모세의 탈출기(출애굽기)다. 모세는 파라오에게 이스라엘 사람들과 함께 이집트를 떠나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 이집트를 떠나려 한다. 파라오의 아들 아메노피스와 모세누님 미리암의 딸 아나이는 서로 사랑한다. 아메노피스는 다른 사람은 다 떠나도 아나이만은 남아 주길 바란다. 둘은 헤어지지 못하고 도주해 숨지만, 아나이의 숙부인 아론과 파라오의 아내 시나이가 발견한다. 그러자 파라오는 이스라엘 사람에게 내린 출발 허가를 취소한다. 모세는 아메노피스를 포함하여 이집트의 모든 장자(長子)를 죽이겠다고 위협하고 아나이가 모세를 대신하여 목숨을 내놓으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석방된다.
아메노피스는 모세를 죽이려고 칼을 내리치려다 벼락을 맞고 죽는다. 모세와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나님께 도와달라고 기도하자 홍해가 갈라진다. 그들은 홍해를 건너서 약속의 땅을 향하고 뒤따라오던 이집트 군인들은 물이 다시 합쳐져 수장되면서 극은 끝난다.
로시니는 이탈리아 버전 《이집트의 모세》에 비해 프랑스 버전 《모세와 파라오》에서는 역사적 근거와 아나이와 아메노피스 사이의 사적 러브스토리를 보강해 개작했다. 전형적인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 스타일에 맞춰 발레를 추가했고 인물의 비중에 맞춰 몇몇 아리아를 삭제했다.
하지만 로시니 작품 대부분이 그러하듯 이 작품도 로시니 시대 이후에는 상영 규모와 가수 조건 등 여러 문제로 무대에서 보기 어렵다. 파가니니가 한 부분의 주제 모티브를 따서 바이올린 변주곡 형태 소품으로 작곡해서 오늘날에는 오페라보다 바이올린, 첼로 소품으로 더 친숙하다.
오페라 《모세와 파라오》는 출애굽해서 홍해를 건너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노예 신분에서 자유하게 하셨는 데도 그 은혜에 감사하지 않고 춥고 배고픔을 참지 못해 불평하고 원망했다. 또 자기를 위한 금 신상을 만들어 우상숭배하며 함께하시고 보호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망각했다.
우리 모습도 이와 같지 않을까.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보다 더욱 한량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예수님을 우리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서 잔인하게 죽여 지옥에서 살려주신 사랑을 받았다. 그 은혜를 잊고 죄를 죄로 여기지 않고 불평불만과 원망으로 주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던가.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을 원망한 죗값으로 약속받은 가나안땅을 얻지 못했다. 살려주신 은혜와 믿음을 끝까지 지킨 자들만 가나안에 들어갔다.
환란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더욱 근신하여 깨어 기도해야 한다. 주님은 담임목사님을 통해 성도들에게 단 한 명이 천국 갈 수 있다면 내가 꼭 가야 한다고, 쉬지 말고 기도해 시험에 들지 말라고 애타게 말씀하신다. 모든 성도가 지옥에서 살려 주신 예수님의 십자가 피의 공로에 감사하며 날마다 죄를 이기고 신부의 믿음을 소유해 천국에서 만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박은혜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위 글은 교회신문 <56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