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8-09-20 10:28:47 ]
<사진설명> 찬송가 ‘갈보리산 위에’를 작사·작곡한 조지 베나드 목사.
20세기 가장 뛰어난 찬송곡으로 일컫는 찬송가 ‘갈보리산 위에(The Old Rugged Cross)’는 1913년 조지 베나드(George Bennard) 목사(1873~1958)가 작사·작곡했다. 베나드 목사는 미국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신앙심이 깊었던 그는 목사가 되고 싶었지만 16세 되던 해 부친이 광산에서 낙반 사고로 죽자 모친과 누이를 돌봐야 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일해야 했는데도 틈틈이 성경을 읽었고, 어딘가 성경 관련 서적이 있으면 무조건 찾아가 사정해서라도 빌려서 읽었다. 이렇게 복음을 알고자 하는 갈망을 하나님께서 아시고 베나드를 어려운 공부 끝에 감리교회 목사가 되게 하셨다. 결혼 후, 베나드는 아내와 함께 일리노이주 구세군에서 사관으로 일했다. 워낙 깊이 있는 성경 해석 능력과 힘이 실린 설교를 했기에 사관 생활을 정리한 후에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을 다니며 순회 설교자 겸 부흥사로 활동했다.
영적 경험으로 완성된 찬송가
어느 날 부흥집회 때 ‘십자가의 의미’와 ‘사도 바울이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한다’고 설교하던 중, 성도 사이로 예수 그리스도의 피가 흐르는 십자가 환영(幻影)을 보았다. 베나드는 그날 집회를 마친 후 숙소로 돌아와 깊은 고뇌에 빠졌다.
‘왜 주님은 내게 십자가 환영을 보여 주셨을까? 내가 그동안 바쁜 일정 탓에 타성에 젖어 집회를 인도했던 것은 아닐까?’
어려서부터 고생하며 신학을 공부하게 하신 하나님의 계획을 다시 숙고(熟考)했다. 또 자신이 십자가와 부활의 능력을 진정 깨닫고 있는지 돌아보았다. 이런 고민은 베나드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내적 고통을 가져왔다. 집회를 집중해서 인도하기도 어려웠다. 집회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며칠 동안 벽에 걸린 십자가를 바라보며 기도했다. 그러던 중, 십자가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환상을 보았다. 십자가에서 흐르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는 베나드의 머리와 얼굴을 타고 흘러 온몸을 흠뻑 적셨다.
그때 베나드는 우리 죄를 사하시려 홀로 인류의 모든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애절한 심정을 깨닫게 됐다. 베나드는 눈물과 땀에 젖어 하나님을 찬양했고, 찬송시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그리스도의 마음을 깨달은 감동이 1절, 자신의 마음을 모두 쏟은 고백이 2~4절 가사가 됐다. 후렴구는 앞으로 주 앞에 어떻게 살 것인지 고백했다.
1. 갈보리산 위에 십자가 섰으니
주가 고난을 당한 표라
험한 십자가를 내가 사랑함은
주가 보혈을 흘림일세
(후렴)
최후 승리를 얻기까지
주의 십자가를 사랑하리
빛난 면류관 받기까지
험한 십자가 붙들겠네
2. 멸시함을 받은 주의 십자가에
나의 마음이 끌리도다
귀한 어린양이 영광 다 버리고
험한 십자가 지셨도다
3. 험한 십자가에 주가 흘린 피를
믿는 맘으로 바라보니
나를 용서하고 내 죄 사하시려
주가 흘리신 보혈일세
4. 주가 예비하신 나의 본향 집에
나를 부르실 그 날까지
험한 십자가를 항상 달게 지고
내가 죽도록 충성하리
-‘갈보리산 위에’ 가사
심오한 영적 체험을 한 베나드 목사는 ‘험한 십자가 붙들겠네’ 구절이 떠올라 작사를 했지만 대신 가사에 맞는 선율이 떠오르지 않아 몇 주간 애를 썼다. 뉴욕에서 설교를 앞둔 어느 날, 베나드 목사에게 광채와 같이 모든 가사에 한 치도 오차 없는 지금의 선율이 떠올랐다. 베나드 목사는 곧바로 아내에게 기타 반주에 맞춰 ‘Old Rugged Cross’를 연주해 들려주었다. 아내는 전율을 느꼈다. 그렇게 위대한 찬송가 ‘갈보리산 위에’가 탄생했다. 이 찬송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지금은 전 세계 크리스천이 애창하는 찬송가가 되었다.
곡조 달린 고백 기도
평소 예배 때 자주 부르고 악기로 연주하는 찬양곡 중 몇몇은 내게 깊은 영감을 준다. 그런 찬송가들은 종종 자료를 찾아본다. 누가 이런 곡조 달린 고백 기도를 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지어졌는지 궁금해서다. 신기하게도 우리 교회 예배 때 자주 부르는 찬송가들의 유래를 찾아보면, 유독 깊은 영감 속에서 지어진 곡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님을 경배하고 찬양하라고 주신 이 귀한 찬송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세상 음악과 같이 감정에 취해 흥얼거리는 노래가 아닌, 예수의 피로 값없이 받은 구원의 은혜에 감사해서 진실하게 찬양해야 할 것이다.
호흡이 있어 찬양하는 순간마다 예수 피가 넘치는 찬양을 올려 드려 주님 마음을 시원하게 해드리는 성도들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박은혜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위 글은 교회신문 <59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