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9-02-21 03:06:46 ]
영국에서 최고의 명성 지닌 여배우가
32세에 폐결핵 걸려 고통의 세월 겪다
창28:15 말씀 읽고 위로·감동받은 후
삶에 지친 성도들 위로하려고 지은 시
여객선 타이태닉호 침몰 때 갑판에서
마지막으로 연주한 찬양곡으로도 유명
<사진설명> 사라 플라워 애덤스의 초상화(영국 화가 마거릿 길리스 作)
사라 풀러 플라워 애덤스(Sarah Fuller Flower. Adams, 1805~1848)는 영국 동부의 에식스에서 태어났다. 유명 정치인이자 언론인이었던 부호(富豪) ‘벤저민 풀러’의 둘째 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유복하게 보냈다. 어릴 적부터 글재주가 비상해 많은 시를 남겼고 미모가 빼어났다. 사라는 재능을 살려 영국에서 최고의 명성을 지닌 여배우가 됐다. 출중한 연기력으로 그녀가 출연하는 공연은 줄줄이 매진됐다.
하지만 1837년 그녀는 연극 ‘맥베스’의 ‘맥베스 부인’역을 마지막으로 연기 생활을 접었다. 건강에 적신호가 왔기 때문이다. 기침이 멈추지 않아 병원을 찾은 사라는 ‘폐결핵’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다섯 살 때 그녀의 어머니가 폐결핵을 앓다 세상을 떠났고, 언니 엘리자베스도 폐결핵에 걸려 침대에 누워 있는 신세였기에 죽음에 대한 초조함과 두려움은 가시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초췌해져 가는 외모를 보며 다시는 무대에 설 수 없다는 고통스러운 현실에 몸부림쳤다.
성경에 위로받고 찬송 시 지어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인생의 신호탄이 터졌다. 윌리엄 폭스(William J. Fox) 목사를 도와 찬송가 편집을 도운 것이다. 1840년, 사라는 창세기 28장을 읽고 감동하였다. 에서를 피해 쫓기듯 도망간 야곱의 상황을 묵상했다. 어린 시절 폐결핵으로 죽음을 맞은 어머니와 몸져누운 언니, 사라져버린 연기자의 꿈,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한 자기 삶이 형의 복수를 피해 죽음을 무릅쓰고 도망쳐야만 했던 야곱과 동일하게 느껴졌다.
특히 하나님께서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찌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창28:15) 말씀하신 구절을 읽으며 위로받았다. 자신뿐만 아니라 삶에 지쳐 힘들어하는 성도들에게 위로가 되는 찬송시를 지어야겠다는 감동을 받았다.
이렇게 탄생한 곡이 찬송가 364장 <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이다. 사라는 이 찬송 시를 쓴 지 8년 후, 43세를 일기(一期)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쓴 찬송시들은 여러 작곡가의 손을 거쳐 음악화됐다. 가장 유명한 버전은 미국 작곡가 로웰 메이슨(Lowell Mason)이 1856년 작곡한 것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 성도가 애창하는 찬송이 됐다.
1.
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은 늘 찬송하면서
(후렴)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2.
내 고생하는 것 옛 야곱이
돌베개 베고 잠 같습니다.
꿈에도 소원이 늘 찬송하면서
3.
천성에 가는 길 험하여도
생명 길 되나니 은혜로다
천사 날 부르니 늘 찬송하면서
4.
야곱이 잠 깨어 일어난 후
돌단을 쌓은 것 본 받아서
숨질 때 되도록 늘 찬송하면서
타이태닉호 최후에 울려 퍼진 찬송
<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12년 4월 15일은 호화 여객선 타이태닉(Titanic)호가 대서양 한가운데서 침몰한 날이다. 당시 타이태닉호는 대서양 횡단용으로 만든 지구상에서 가장 큰 여객선이었고, ‘신도 침몰시킬 수 없는 배(God himself could not sink this ship)’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빙산에 부딪힌 타이태닉호는 2시간30분 만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았고, 2340명이 탑승했으나 711명만 목숨을 건졌다. 이때 침몰하는 배의 갑판에서 미처 구명정에 타지 못해 희망을 잃은 승객들에게 찬송이 들려 온다. 영국감리교회 성도인 바이올리니스트 하틀리(Wallace Hartley, 1878~1912) 악장이 <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을 연주한 것이다. 같은 밴드 7명도 그를 따라 연주하자 찬송 가사가 울려 퍼져나갔다. 승객들은 찬양이 흘러나오는 곳으로 모여들어 생애 마지막 찬송을 불렀다고 전해진다.
“숨질 때 되도록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김찬미 기자
<사진설명> 영국감리교회 성도인 바이올리니스트 하틀리(왼쪽에서 4번째)와 밴드 멤버 7인의 일화는 미국 타이태닉 박물관(미주리주 브랜슨)에 전시되어 있다. 이들은 최후의 순간에 찬송을 연주하면서 하나님께 신앙 고백을 올려 드렸다.
위 글은 교회신문 <61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