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0-01-30 11:36:33 ]
‘힘의 원천은 주님’ 모든 것 잃고 깨달아
삼손, 들릴라의 유혹에 빠지는 경솔함
머리카락과 눈까지 잃는 절망 속에서
참회의 기도하며 주님께 의탁해 복수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ëns, 1835~1921)는 만 3세에 작곡을 시작했다. 시인, 화가, 천문학자, 식물학자로 활동할 만큼 박식했다. 생상스가 구약성경 사사기를 바탕으로 만든 <삼손과 들릴라>는 총 3막 4장으로 구성된 오페라이며, 1877년 12월 2일 바이마르(Weimar) 대공작 극장에서 초연됐다. 히브리인의 유연한 멜로디와 이교도 블레셋인의 관능적인 음악적 대비가 돋보인다.
제1막 ‘팔레스티나 가자의 광장’
신앙과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는 삼손
오케스트라 전주(前奏)가 슬픈 분위기로 연주되고 블레셋에 압박을 당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기도 소리가 합창처럼 들려온다. 이때 민중 속에서 삼손이 뛰어나와 그들을 위로하면서 “동포여, 우리의 하나님을 높이 찬양하라! 나의 가슴에는 신의 목소리가 울리고, 내 입에는 신의 말씀이 옮겨지고 있다”고 힘차게 격려한다. 이어 민중은 “하나님의 영이 그에게 깃들였다. 겁을 버리고 그를 따르라”며 힘차게 합창한다.
이어 가자(Gaza)의 지방관리 아비멜렉이 병사들을 데리고 등장해 삼손에게 고무된 히브리인들을 조소한 후 칼을 뽑아 삼손을 처치하려고 한다. 이때 하나님의 가호를 받아 엄청난 힘을 소유한 삼손은 그 칼을 빼앗아 아비멜렉을 찔러 버린다. 삼손과 히브리인이 퇴장한 후 다곤(Dagon, 블레셋의 주신)의 신전 문이 열리면서 대승정이 등장한다. 병사들이 삼손에게 겁을 먹고 동요하자 대승정은 삼손을 저주하는 노래 ‘저주를 받아라 이 민족’을 부른다.
다시 다곤의 신전 문이 열리고, 들릴라가 블레셋 처녀들을 데리고 나와 다곤의 신전 앞에서 요염한 자태로 춤을 춘다. 들릴라가 삼손을 유혹하는 노래를 부르자 조국애에 불타던 용맹한 삼손의 마음도 요염한 들릴라의 유혹에 움직인다. 히브리 장로가 “요염한 여인의 뱀의 독과 같은 달콤한 말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파멸이 있고 신의 분노를 살 것”이라고 충고하지만, 동시에 들릴라도 계속해서 “나의 입술은 활짝 핀 영란꽃보다도 달콤하다”고 유혹한다. 사원의 계단을 올라가는 들릴라는 유혹에 빠진 삼손을 향해 마지막으로 사로잡는 듯한 눈길을 던진다.
제2막 ‘소렉 골짜기에 있는 들릴라의 집’
유혹에 빠져 힘을 잃고 붙들린 삼손
막이 오르고 들릴라가 집 앞에 있는 돌 위에 앉아 삼손을 기다리고 있다. 들릴라가 “한번 나를 본 사람은 아무리 용감한 자라도 나의 매력을 꺾을 수는 없으리라. 한번 나의 품에 안기면 그만”이라고 노래하자 뒤이어 나타난 다곤의 대승정이 들릴라에게 “삼손을 사로잡는다면 그 대가로 많은 제물을 줄 것”을 약속한다. 들릴라는 “반드시 삼손을 사랑의 노예로 만들어 힘의 비밀을 알아내겠다”고 결심한다. 승정과 들릴라는 복수를 맹세하고 대승정은 퇴장한다.
밤은 점점 깊어 간다. 들릴라의 집 앞에 와서도 망설이는 삼손에게 들릴라가 매달리며 “신보다도 강한 것은 사랑”이라고 노래하며 삼손을 완전히 사로잡는다. 유명한 사랑의 노래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 열리고”를 노래하고 들릴라의 방에 따라 들어간 삼손은 힘의 비밀이 머리털에 있다는 것을 밝힌다. 심한 뇌성이 울리는 가운데 블레셋 병사들이 방으로 쳐들어오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제3막 ‘가자의 감옥’ ‘다곤의 신전’
삼손, 참회의 기도로 힘을 되찾아 복수
3막 1장에서 장님이 된 삼손은 쇠사슬에 묶여 머리털이 깎인 모습으로 큰 맷돌을 돌리고 있다. 죄를 참회하는 노래 “아, 내 처량한 신세, 약속을 어기고 신에게 버림을 받았도다”를 부르는데, 무대 뒤에서는 붙잡힌 히브리인들이 힐책하는 합창소리가 들려온다.
2장이 시작되면 다곤 신전 중앙에 건물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기둥 두 개가 보인다.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자, 블레셋인들이 아침을 기쁘게 맞이하는 합창을 부른다. 처녀들의 경쾌한 무용인 바카나르가 펼쳐지고 장님이 된 삼손이 등장한다. 대승정이 조롱하고, 들릴라도 잔을 들어 “이것이야말로 제사의 여흥”이라고 놀린다.
삼손이 돌기둥 사이에 서서 손을 기둥에 대고 하나님에게 기도한다. “나는 오직 하나님을 따를 뿐입니다. 지난날의 힘을 한 번만 다시 주옵소서.” 거대한 기둥이 서서히 움직이자 군중은 아비규환이 된다. 하나님의 분노가 내리는 것이었다. 신전은 삼손의 양팔에 의해 무너진다.
삼손은 세속적 쾌락을 즐길 수 있는 블레셋을 어느 순간부터 동경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들릴라는 그 조그만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유혹한다. 삼손을 한두 번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이고 건드리며 다가가서 한순간에 낚아 버린다. 죄의 유혹에 자유할 사람이 있겠는가마는 항상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주님 음성에 청개구리처럼 순종하지 않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주님 주신 나의 모든 것에 교만하지 않게 하시고, 소렉 골짜기 같은 죄의 도시로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고 있는 나의 영을 불쌍히 여기셔서 성령으로 붙들어 주세요.”
/이현주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 석사 졸
現) 모스틀리 필하모닉 부수석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위 글은 교회신문 <66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