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1-06-11 15:30:50 ]
비록 나는 죄 많은 모습이나
예수의 십자가 보혈 의지해
내 모습 그대로 주를 향해
나아간다는 고백 찬송에 담아
프랑스 출신의 말란 목사는 어느 날 영국에 사는 친구 집을 찾아갔다. 절친한 친구 헨리 엘리엇의 몸이 불편한 여동생을 위로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었다. 여동생 샬럿 엘리엇(Charlotte Elliot, 1789~1871)은 밝은 성격과 믿음을 가진 소녀였다. 그러나 30세쯤 됐을 때 병에 걸려 전신을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성격은 날카로워졌고 신앙도 내동댕이치기에 이르렀다. 집 밖에 나오지 않고 방 안에서 혼자 지냈으며, 식구들과 대화조차 끊어진 지 오래였다.
보혈의 공로 믿고 주께 나아갑니다
멀리서 찾아온 말란 목사가 샬럿을 위로했으나 모든 말이 허공에 메아리칠 뿐이었다. 그렇지만 말란 목사가 샬럿에게 찬송 시(詩)를 써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레 권하자 그녀의 닫혀 있던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말란 목사는 계속 말을 이어 갔다.
“누구나 아픔을 겪지만 하나님은 감당치 못할 어려움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또 피할 길을 내사 능히 어려움을 감당하게 하십니다(고전10:13). 하나님은 고난에서 승리한 사람을 사용하시니 지금의 당신 모습 그대로를 하나님께 드리세요.”
말란 목사의 “네 모습 그대로 드리라”는 말이 샬럿의 마음을 두드렸다. 그러나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몸조차 가눌 수 없고, 마음도 삐뚤어졌고, 믿음도 없는, 나처럼 아무 쓸모없는 사람을 하나님이 어떻게 사용하신단 말이에요? 그럴 수 없어요!”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것이 그녀의 심정이었다. 왠지 하나님이 자신처럼 못난 자를 쓰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갑자기 샬럿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회개의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말란 목사가 다녀간 후 샬럿은 죄에 빠져 허덕이던 자신을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을 목 놓아 찬양했다. 밀려오는 기쁨을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내 모습 이대로…주님께 거저 갑니다.” 그녀는 예수님의 보혈의 은혜로 죄 많은 내 모습 이대로 주님께 나아갈 수 있다고 몇 번이고 되새겼다.
큰 죄에 빠진 날 위해 주 보혈 흘려 주시고
또 나를 오라 하시니 주께로 거저 갑니다
내 죄를 씻는 능력은 주 보혈밖에 없으니
정하게 되기 원하여 주께로 거저 갑니다
큰 죄악 씻기 원하나 내 힘이 항상 약하니
보혈의 공로 믿고서 주께로 거저 갑니다
주 예수 베푼 사랑이 한없이 크고 넓으니
내 뜻을 모두 버리고 주께로 거저 갑니다
샬럿 엘리엇이 기록한 믿음의 고백이 바로 찬송가 339장 <큰 죄에 빠진 날 위해>의 가사다. 원어의 가사는 모든 절의 첫 행과 마지막 행이 같다. ‘그저 내 모습 이대로(Just as I am)’로 시작해 ‘오, 하나님의 어린양이여, 제가 갑니다(O Lamb of God, I come, I come)’로 마친다.
성령께 받은 복음 전도 사명
20세기 유명 부흥사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이 찬송을 부르며 회심했다고 한다. 그는 1934년 노스캐롤라이나 샬럿(Charlotte)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지옥과 심판”을 선포하는 메시지와 찬송 <큰 죄에 빠진 날 위해>를 듣고 예수님을 내 구주로 영접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후에 집회를 인도할 때마다 청중에게 “죄 많은 당신 모습 그대로 주님께 나오라”고 초청하며 이 찬송을 수없이 불렀다.
하나님께서 한국 땅에 말콤 펜윅(Malcolm Fenwick) 선교사를 한반도에 처음 보내시기 전 펜윅은 자신의 연약함을 내세워 몇 번이고 주저앉았다. 그러나 펜윅은 주님의 강한 부르심을 깨닫고 “내가 비록 정규교육과 신학교육을 받지 못했고, 녹슬고 찌그러진 깡통 같지만 생명의 물을 길어 나를 것”이라고 마음먹었다. 녹슬고 찌그러진 깡통…. 마치 “내 모습 이대로 주께 나아갑니다”와 같은 고백이었다. 마침내 그는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해 선교사로서 첫발을 내디뎠고 1889년 미지의 땅 조선에 온 그는 죽어 가는 수많은 영혼에게 복음을 전했다.
예수의 변호자인 성령께서는 수많은 선교사를 감화 감동하사 유교사상과 우상숭배를 일삼던 조선 땅에 목숨 걸고 예수 피의 복음을 들고 오게 하셨다. 수많은 선교사의 핏값으로 지금 우리에게까지 예수 복음이 전해졌고, 담임목사님처럼 영혼 사랑하는 주의 사자를 만나게 하신 이 은혜를 우리가 어찌 다 갚을 수 있겠는가.
지금도 전 세계에서 예수의 십자가 피의 은혜에 감사해 주님 가신 외로운 십자가의 길을 걷고 있는 전도자들을 바라보며 내 모습은 어떠한지 돌아본다. 내가 예수를 믿은 것이 이적이고 은혜이기에 아직도 예수 몰라 죄 아래 살다 지옥 갈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며 복음 전해 살려야 한다. 이것은 피해 갈 수 없는 우리의 사명임을 다시 한번 자각하고 복음의 사명을 움켜쥐어야 한다. 주여, 내 안에 예수 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애끓는 구령의 열정을 허락하소서!
/박은혜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위 글은 교회신문 <70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