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1-09-23 15:59:28 ]
“하나님 아버지 모셨으니
우리 집 즐거운 동산이라
다 같이 일하는 온 식구가
한 상에 둘러 먹고 마셔
여기가 우리의 낙원이라”
예수만 섬기는 가정 모습
가사 담아 주께 감사 찬양
다음은 소설 ‘화수분’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튿날 아침 나무장사가 지나다가 고개에 젊은 부부가 껴안은 채 죽어 있는 것과 그 가운데 막 자다 깬 어린애가 등에 따뜻한 햇볕을 받고 앉아서 부모를 툭툭 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어린것만 소에 싣고 갔다.”
1925년 발표된 ‘화수분’을 쓴 전영택(1894~1968) 목사는 목회자이자 소설가였다. 주인공 ‘화수분’과 그의 아내가 추위와 굶주림 끝에 서로를 끌어안은 채 죽는 비극적인 결말이면서도 부모의 체온 덕분에 살아남은 아기가 독자들에게 희망을 안겨 준다.
1919년 우리나라 최조의 문학동인지 『창조』의 동인으로 데뷔한 전영택 목사는 따뜻한 인정이 넘치는 글을 썼다. ‘화수분’에서도 궁핍한 시대의 비극적 죽음을 온정의 시선으로 다루면서 가족 사랑을 회복하게 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전영택 목사는 서울 감리교신학대학과 중앙신학교에서 교수를 지냈고 목회자로서 교회를 맡아 사역하기도 했다. 1962년에는 여성 기독교 전문지인 <새가정>의 『가정노래집』에 싣기 위해 가사를 썼는데 그 곡이 바로 찬송가 305장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다. 처음에는 박재훈 목사의 곡에 붙여 부르다가 1967년 개편 찬송가 편집 때 곡을 공개 공모해 구두회 장로의 곡이 채택되어 현재의 곡으로 바뀌었다. 구두회 장로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곡의 가사가 내가 그리는 가정의 이상적인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1.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하나님 아버지 모셨으니
믿음의 반석도 든든하다
우리 집 즐거운 동산이라
2. 어버이 우리를 고이시고
동기들 사랑에 뭉쳐 있고
기쁨과 설움도 같이하니
한 간의 초가도 천국이라
3. 아침과 저녁에 수고하여
다같이 일하는 온 식구가
한 상에 둘러서 먹고 마셔
여기가 우리의 낙원이라
후렴. 고마와라 임마누엘
예수만 섬기는 우리 집
고마와라 임마누엘
복되고 즐거운 하루하루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는 예수만 섬기는 가정의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복된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 예수를 믿는 기쁨은 세상에서 얻는 부(富)가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가정이 화목한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찬송이라 가정주일이나 가정예배 때 자주 불리고 있다.
예수만 섬기는 복된 연세가족 되길
1962년 『가정 노래집』에 찬양이 실렸을 때는 1절에 ‘불어 있고’라고 나왔다. 전영택 목사는 처음부터 ‘사철에 봄바람이 연이어 분다’는 뜻으로 ‘잇고’라고 썼지만 편집과정에서 이를 오타라 생각하고 ‘있고’로 고쳤다는 것이다. 이는 ‘통일 찬송가’를 편찬할 때인 1983년이 되어서야 바로잡혔다.
전영택 목사는 국립맹아학교 원장,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초대 회장, 한국문인협회 초대 이사장 등 기독교와 문학계를 위해 일했다. 또 영문 기독교 잡지를 번역하고 찬양을 번역하는 등 교회 찬양 발전을 위해서도 힘썼다. 찬송가 88장 ‘내 진정 사모하는’의 한국어 가사도 전영택 목사가 번역한 것이다.
예수 믿는 이들에게 가정은 지상의 천국이다. 하나님 아버지를 모신 곳이요, 어버이를 중심으로 자녀들이 믿음과 사랑으로 하나 된 곳이다. 코로나19로 어렵다지만 가정을 성전 삼아 주님을 모시고 하루하루를 복되게 살아가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특히 하나님을 모신 믿음의 가정일 때,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와 자매가 서로 사랑하고 아픔도 나누는 가정일 때, 온 식구가 제각기 수고하며 먹고 마시는 가정일 때 그곳은 가사 속 ‘낙원’과 같다. 돌아오는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믿음 안에 더 하나 되는 가정이 되기를 소망한다. 연세가족들이 추수감사절 성회에 참가해 천대에 이르는 축복을 누리기를 기도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71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