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찬송가 431장 <내 주여 뜻대로>

등록날짜 [ 2021-11-30 14:17:29 ]

아들 둘을 동시에 잃은 목사

회한과 원망에 휩싸인 중에

예수 십자가 사건 떠올리며

아픔 극복하고 찬송시 지어




유럽에서 구교와 신교 간에 벌인 30년 종교전쟁(1618~1648)이 양측 모두에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결국 총소리와 대포소리는 멈추었지만 전쟁이 남기고 간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았다. 도시는 폐허가 되었고 사람들은 당장 살아갈 곳조차 없었다. 무엇보다도 전쟁이 남긴 가장 큰 상처는 친구들과 가족들의 죽음이었다. 유럽 여러 나라의 전쟁터가 된 독일은 1600만 명이던 인구가 절반 이상 사망해 600만 명으로 줄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조차 흑사병으로 고통을 당하거나 이름을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려 죽어 갔다.


자식 잃은 아픔 신앙시로 승화

아버지의 목회를 돕다가 루터교 목사가 된 베냐민 슈몰크(Benjamin Schmolck, 1672~1737)는 전쟁 이후 목회를 도맡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슈몰크 목사 부부는 눈을 뜨자마자 성도들을 찾아 나서야 했다. 그들의 상한 몸과 마음을 달래는 것이 시급했다.


32세가 된 슈몰크 목사는 아내와 함께 그날따라 조금 먼 곳으로 심방을 나갔다. 목사·사모의 방문은 상처 입은 성도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여러 곳을 방문한 후 해 질 무렵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저기 멀리 집이 보였다. 그런데 집에서 연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설마하며 재빨리 집으로 뛰어가 봤다. 사택은 이미 모두 타 버렸고 탄내만 진동하고 있었다. 슈몰크 목사의 머릿속에 어린 두 아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제발 살아 있어야 하는데…. 제발 살아 있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밖에서 놀고 있었다면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텐데…. 어린 두 아들은 어디 있단 말인가?”


목이 터져라 아들들을 불러 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정신 나간 듯이 여기저기를 살펴보던 슈몰크 목사는 어린 아들들이 화재 탓에 새까맣게 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슈몰크 부인은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심방을 가지 않았더라면 아들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까맣게 타 버린 아들들 앞에서 슈몰크 목사의 마음에는 원망과 회한이 가득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은 슈몰크 목사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어 울부짖었다.


한참을 울다가 허망해 하다 다시 울기를 반복하던 중 슈몰크 목사는 인류 구원을 위한 죽음을 앞에 두고 땀방울을 핏방울처럼 흘리면서 기도하던 예수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막14:36)라는 말씀도 마음을 강하게 울렸다. 말할 수 없는 비통함이 슈몰크 목사를 짓눌렀지만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께서 죄인들에게 당하신 온갖 모욕과 십자가 고통을 생각하니 더는 하나님을 원망하는 듯한 탄식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 이 죄인을 용서하십시오. 교만한 저를 용서하십시오. 약한 자를 도움으로써 의롭게 되었다고 착각한 저를 용서하십시오. 주님, 이제 무엇이든지 주의 뜻대로 행하시옵소서. 주의 뜻대로 행하시옵소서.”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그가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울부짖으며 기도하는 중에 영감을 받아 쓴 가사와 독일 작곡가 카를 베버(Carl Maria von Weber, 1786~1826)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서곡의 곡조에 맞추어 편곡한 찬송이 바로 ‘내 주여 뜻대로’다.


주님과 사이를 회복할 시기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을 때가 많다. 하나님을 의지한다고 말하면서도 세상이 주는 경험, 명예, 힘, 물질을 더 의지한다. 하나님보다 더 의지하는 것들이 바로 우리 마음속의 우상이다. 우리는 너무 약해서 잠시뿐인 쾌락에 쉽게 정착해 버린다. 무한한 기쁨을 주실 하나님보다 고작 돈을 선택할 것인가. 세상의 즐거움을 선택할 것인가.


‘단계적 일상회복’을 맞아 연세가족들은 교회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하나님과 사이가 느슨해졌다면 서둘러 회복해야 할 때다. 1년 9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우리 신앙생활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또 우리와 주님과 사이는 얼마나 멀어졌는지 나의 믿음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예배, 기도, 찬양, 전도, 충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말세에 이를수록 신앙을 지키기 어려운 날이 올지라도 나를 죄와 사망과 지옥에서 건져 주신 예수 그리스도만 붙들고 최후 승리를 얻는 우리 연세가족들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박은혜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위 글은 교회신문 <72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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