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찬송가 519장 ‘십자가를 질 수 있나’

등록날짜 [ 2022-02-15 18:52:23 ]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

지고 나를 좇아야 할 것이라”

예수님의 말씀대로 평생 주를

사랑하고 충성하리라는 다짐

찬송 가사에 담아 신앙 고백



미국의 신학자이자 시인인 ‘얼 보먼 말렛(Earl Bowman Marlatt, 1892~1976)’은 감리교 목회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버드, 보스턴,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공부한 그는 졸업 후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장교로 복무했다. 이후 보스턴대학교에서 총장으로 재직했고 다른 여러 대학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쳤다.


시인으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1925년 보스턴에서 열린 ‘메이데이 경시(競詩)대회’의 첫 번째 우승자이기도 하다. 얼 말렛은 찬송가 사역에도 마음을 쏟았는데 버틀러대학교에서 편찬한 <미국 학생찬송가(American Student Hymnal, 1928)>에 부편집자로 참여했고, 1958년부터 4년간 뉴욕시에 있는 찬송가 박물관 관장도 역임했다. 얼 말렛이 직접 쓴 찬송시도 많은데 그중 한 곡이 우리나라 찬송가 519장에 실린 ‘십자가를 질 수 있나’이다.


1. 십자가를 질 수 있나

주가 물어보실 때

죽기까지 따르오리

저들 대답하였다


2. 너는 기억하고 있나

구원받은 강도를

저가 회개하였을 때

낙원 허락받았다


3. 주께 네 혼 맡기겠나

최후 승리 믿으며

걱정 근심 어둔 그늘

너를 둘러 덮을 때

4. 이런 일 다 할 수 있나

주가 물어보실 때

용감한 자 옛날처럼

선뜻 대답하리라


후렴. 우리의 심령 주의 것이니

당신의 형상 만드소서

주 인도 따라 살아갈 동안

사랑과 충성 늘 바치오리다 아멘


‘십자가를 질 수 있나’ 가사는 얼 말렛이 신학생이던 1925년에 쓴 시이다. 성경 속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는 예수님을 찾아와 “나의 두 아들을 주의 나라에서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주의 좌편에 앉게 명하소서”(마20:21)라고 말한다. 그때 예수님은 “나의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라고 물으셨고, 그들은 “할 수 있나이다”라고 대답했으나 그들 자신이 구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대답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얼 말렛은 이 성경 말씀을 읽은 후 ‘주님께 진정으로 나를 내어 드리는 것은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하면서 기도하다가 ‘죽기까지 따르오리’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자 자기 고백을 찬송 시로 만들었다.


찬송가에서 “십자가를 질 수 있나”라고 묻는 가사는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마16:24)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배경 삼고 있다. 저 천국에서 주님 곁에 서기 위해서는 어떤 걱정과 근심 가운데서도 자기를 부인하고 주님과 같은 모습으로, 주님의 인도를 따라 주님이 가신 십자가의 길을 걸어야 한다.


‘십자가를 질 수 있나’ 곡은 해리 메이슨(Harry Silverdale Mason, 1881~1964)이 1924년 작곡한 곡을 찬송 시에 붙여 현재 찬송가가 됐다. 해리 메이슨은 1924년 학부 경연대회에 이 곡을 출품했는데, 이를 기억하고 있던 얼 말렛이 1년 후 시를 쓰고 가사와 어울리는 곡이라 생각해 한 곡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7년 편찬한 <개편찬송가>에 처음 실렸다.


연세가족 모두 주님께서 ‘십자가를 질 수 있나’라고 물어보실 때 주저 없이 “죽기까지 따르오리”라고 선뜻 대답하기를 원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73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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