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찬송가 440장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등록날짜 [ 2023-06-26 10:13:45 ]

독생자 예수를 피 흘려 죽이기까지

사랑해 주신 은혜 표현할 길 없어



프레데릭 마틴 레만(F. M. Lehman, 1868~1953) 목사는 1868년 8월 7일 독일 슈베린(Schwerin)에서 태어났고, 네 살 되던 해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미국 아이오와주에 정착하여 어린 시절을 보냈고, 열한 살에 예수를 영접했다.


이후 일리노이주 네이퍼빌(Naperville)에 있는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한 후 목회에 나선 레만 목사는 하나님을 찬양하려는 열정이 대단했다. 설교 중간마다 찬송을 자주 불렀는데, 풍부한 성량과 아름다운 음색으로 찬양하여 설교 못지않게 은혜와 감동을 주었다.


아내가 도시락에 넣어 준 유대인의 시

레만 목사가 목회하는 교회는 시골에 있는 작은 교회여서 생활비를 받을 만한 형편이 아니었다. 레만 목사는 목회를 하면서도 가정을 꾸려 나갈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공장이나 병원에서 힘든 노동을 해야만 했고, 일하면서도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찬송가 가사를 썼다.


레만 목사가 1917년 캘리포니아 패서디나(Pasadena)에 있는 치즈 공장에서 일할 때였다. 공장은 치즈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날이면 숨 돌릴 틈도 없이 무척 바빴다. 레만 목사는 바쁘게 오전 작업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일어섰다.


공장 마당 한쪽에 앉아 아내가 정성껏 만들어 준 도시락을 꺼냈다. 일이 고단하고 힘들었지만 도시락을 싸 준 아내에게 감사했고, 가난하지만 굶지 않게 먹을 것을 주신 하나님께 더욱 감사했다.


도시락 뚜껑을 열었더니 메모지 한 장이 있었다. 메모지에는 유대인이 지은 찬양 시 ‘하다무트(Haddamut)’가 적혀 있었다. 레만 부부는 은혜로운 성경 말씀이나 좋은 글귀를 읽으면 메모해 두는 습관이 있었는데, 레만 목사의 아내는 ‘하다무트’를 읽고 감동하여 도시락과 함께 메모를 남겼다. 레만 목사는 아내가 넣어 준 시를 읽고 감격하여 눈물을 글썽였다.


“하늘을 펼쳐진 양피지로 삼고, 세상 모든 갈대, 나뭇가지, 모든 초목을 펜으로 삼고, 온 세상의 물을 잉크로 채우고, 온 인류가 다 능숙한 서기관이라고 해도 하나님의 크신 능력과 영광, 사랑, 놀라우신 이야기를 다 적을 수 없다.”


가진 것 하나 없고, 목회와 일을 병행할 정도로 녹록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끝이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의 눈물이 북받쳐 올랐다. 아들 예수를 대신 죽이기까지 사랑해 주셨으니 그 크신 사랑도 감히 다 표현할 길이 없었다.


레만 목사는 배고픈 것도 잊은 채 그 자리에 앉아 시를 읽고 감동받은 마음을 써 내려갔다. 레만 목사가 공장 벽에 기대어 쓴 글이 찬송가 440장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1절과 2절이다. 3절은 유대인이 쓴 시를 고쳐서 넣었다. 저녁에 일을 다 마치고 곧장 집으로 돌아간 레만 목사는 써 두었던 가사에 음을 붙여 곡을 만들었고, 찬송가를 완성했다.


1.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말로 다 형용 못 하네

저 높고 높은 별을 넘어 이 낮고 낮은 땅 위에

죄 범한 영혼 구하려 그 아들 보내사

화목제로 삼으시고 죄 용서하셨네


2. 괴로운 시절 지나가고 땅 위의 영화 쇠할 때

주 믿지 않던 영혼들은 큰 소리 외쳐 울어도

주 믿는 성도들에게 큰 사랑 베푸사

우리의 죄 사했으니 그 은혜 잊을까


3.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한없는 하나님의 사랑 다 기록할 수 없겠네

하나님의 크신 사랑 그 어찌 다 쓸까

저 하늘 높이 쌓아도 채우지 못하리


후렴

하나님 크신 사랑은 측량 다 못 하며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 성도여 찬양하세



레만 목사가 감동 받았던 유대인의 시 ‘하다무트’는 유대인이 아랍어로 기록한 찬양 시이다. 정확한 작사가와 그 사연은 분명하지 않지만, 이 시는 유대인의 명절 칠칠절에 십계명을 읽기 직전에 서곡으로 불렀을 정도로 은혜가 넘친다. 이 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크신 능력, 율법의 아름다움, 유대민족을 환란에서 건져 내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이 찬송은 1974년 스위스에서 열린 전도대회에서 빌리 그레이엄 전도단의 한국 여성이 불러 크게 유명해졌다. 이 한국인 여성은 킴 윅스(Kim Wicks)였다. 킴은 6·25 전쟁으로 두 눈을 잃고 고아원에서 자랐지만 미국의 신실한 크리스천 가정에 입양되었고, 미국에서 대학을 마친 후 오스트리아에서 성악을 전공하였다. 그 후 빌리 그레이엄 전도단에 들어가서 찬양과 간증으로 예수를 전했다. 킴이 이 찬양을 선택하여 부른 것은 전쟁에서 두 눈을 잃고, 고아가 되고, 미국까지 가게 되는 등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마침내 인도해 주신 하나님의 한없이 크신 사랑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80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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