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2-08-28 15:28:36 ]
내 주인의 자리
내 주인의 자리는 너무나 쉬운 자리이다.
맘만 먹으면 쿠데타도 필요 없이 언제든 갈아 치울 수 있다.
언제나 그 자리의 인사권은 내게 주어진 것이기에
내 맘대로 내가 앉았다가 너를 앉혔다가 아무개를 앉혔다가
그렇게 내 독단이 왕으로 등극하고
야망이, 돈이, 명예가, 자존심이, 자아가 …
부단히도 많은 왕이 그 자리를 거쳐 갔지만
그 누구도 절대적인 내 주인 자리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나를 지은 이가
나를 사랑하는 이가 그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나 그 자리는 너무 쉬운 자리가 아닌가?
나는 그분의 명령에 순종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나는 그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답답해하고
과연 그 자리에 앉은 이가 나의 주인인가?
과연 그분을 섬기는 내가 그분의 종인가?
그러나 그 자리는 너무 쉬운 자리가 아닌가?
주인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너무도 초라한 자리에 앉은 나의 주인이여
당신을 초라한 왕으로 만든 주의 종을 불쌍히 여기소서
차라리 나의 자아를 죽이고 영원히
그 자리의 주인이 되소서.
/시인 윤웅아 집사
위 글은 교회신문 <30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