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라도 임의로 명의 사용 시 변제 책임 없어

Q. 남편이 갑으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아내인 저의 명의로 차용증을 작성해주고 그 빌린 돈으로 유흥비나 개인 사치비용으로 다 탕진했습니다. 저는 남편이 갑으로부터 돈을 빌렸는지, 또 그 돈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였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이런 경우 아내인 제가 남편이 빌린 차용금에 대하여 갑에게 갚아 줄 의무가 있나요?

A.우리 민법은 부부 평등의 원칙에 따라 부부는 일상가사에 관하여 서로 대리권이 있고, 부부 일방이 ‘일상가사’에 관하여 제삼자와 법률행위를 할 때에는 다른 일방은 이로 인한 채무에 관하여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32조). 일상가사에 해당하는 행위로 생긴 채무일 경우에는 그 채무가 남편이 졌든 아내가 졌든 간에 부부가 연대책임을 지게 됩니다.

단, 일상가사로 인한 부부 연대책임도 부부 중 한 사람이 미리 제삼자에게 자신의 배우자의 채무에 대하여 자신은 책임을 못 진다고 명시한 경우에는 연대책임이 생기지 않습니다.

판례에서 인정하는 ‘일상가사’ 법률행위를 보면, 부부 공동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통상 사무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부부공동생활에 보통 필요로 하는 생활필수품 구입, 가족 의식주에 관한 사무, 자녀 양육비, 교육비, 가재도구 구입 등에 관련한 것은 일상가사 범위로 봅니다.

그런데 위 사안에서는 남편이 임의로 처의 명의를 사용하고 인장을 찍어 갑에게 돈을 차용하여 유흥비나 사치비용으로 사용한 행위이므로 이는 일상가사 대리권 범위를 넘어선 행위라고 보이므로 처는 남편의 차용금에 대하여 변체할 책임이 없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1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