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1-27 10:10:55 ]
언제부터인가 대형할인점 계산대 옆에 청량음료를 낱개로 판매하는 냉장고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형할인점이라고 하면 대규모 포장 단위로 묶어서 판매하는 것이 원칙인데, 어찌하여 낱개로 판매하는 소규모 냉장고가 있을까? 물론 청량음료를 마시고 싶다면 묶음으로 구매하여서 계산 후 먹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왜 낱개 판매용 청량음료가 계산대 옆에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고객들이 무심코 하는 구매 패턴을 분석하는 과학적 노력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한 대형할인점에서 적립 카드로 고객 소비패턴을 분석하던 중, 특징적인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평일 오후에 매장에서 사탕과 청량음료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때 특히 묶음보다는 낱개 판매가 급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탕이나 청량음료를 구매한 고객을 분석해 보았더니 놀랍게도 대체로 중년 부인이었다.
그래서 중년부인들의 구매패턴을 분석한 결과, 오후가 되면 많은 주부가 하교하는 자녀를 데리러 학교에 갔다 오면서 장을 보는데, 오후 2~3시면 나른하기도 하고 피곤이 몰려 올 때라 활력을 충전하려고 청량음료 또는 사탕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녀와 함께 장을 보니 당연히 아이들 몫도 같이 산다. 결국 주부와 그들의 자녀 몫까지 낱개 판매가 늘어났던 것이다.
이러한 구매 패턴을 기반으로 청량음료 또는 사탕을 판매하는 위치와 주부들의 동선을 그려보았더니, 주부들이 주로 구매하는 식료품 판매대와 청량음료와 사탕 동선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주부들이 자녀를 데리고 매장 이곳저곳을 왔다갔다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은 잘 아는 바일 것이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청량음료와 사탕을 진열한 간이 진열대를 계산대 옆에 설치하는 것이다. 고객의 번거로움을 해결하고 매출을 올리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으며, 이후 그전까지 낱개 판매를 하지 않던 모든 대형할인점에서 모방하기 시작하였고 심지어 가전 업체들도 이러한 방식을 모방해 계산대 앞에 작은 진열대를 따로 설치했다.
앞으로 대형할인점에서 쇼핑할 때 잘 둘러보면, 각 상품 진열대 위치와 배열방식 속에도 엄청난 과학과 노력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22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