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12-13 13:28:43 ]
모 TV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맛있는 라면 끓이기’ 대회는 한국의 유명 라면회사 연구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정도로 공신력이 있었다.
그 중 한 방송인이 선보인 ‘꼬꼬면’이라는 라면(대회 2등 수상)을 한국야쿠르트에서 정식 상품으로 출시해 현재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라면 시장에는 ‘농심’이라는 시장의 절대 강자가 있으며, 농심에서 출시한 제품들은 매번 종전에 없는 인기를 누렸다. 심지어 가장 많이 팔린 제품에서 신라면은 늘 1위를 달릴 정도로 농심은 라면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저력을 지닌 농심에서 왜 꼬꼬면의 시장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을까? 혹시 승자의 오만함이었을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에 출시한 꼬꼬면은 그동안 농심이 라면업계에서 이루어 놓은 판구조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잠재력이 있었기 때문에 선뜻 지금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라면을 수입했을 당시에는 라면 대부분이 꼬꼬면과 같은 닭고기 육수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이런 기반을 매콤한 소고기 육수로 바꾸어 시장의 절대적 강자가 된 것이 바로 농심이다.
즉, 시장의 판구조를 바꾸어서 절대적 강자로 자리매김한 농심의 처지에서는 소비자가 새로운 맛의 세계를 접함으로 발생할 수 있는 판구조의 변경을 원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농심이 신라면 블랙을 출시할 때 전략적인 판단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우선은 제품에 대한 높은 충성도다. 서두에 언급한 것과 같이 신라면의 브랜드 가치는 매우 높다.
농심은 이러한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고, 지금까지 절대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소고기 육수, 사골 육수 기법을 결합하여 고부가가치 이미지를 입히려는 계획에 따라 라면도 건강식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인식의 전환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판구조를 만들려고 하였다.
따라서 설렁탕 한 그릇과 같은 영양분을 지니고 있다는 신라면 블랙이라는 신제품 출시로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전략적 우위성 확보와 새로운 시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라면은 라면’이라는 소비자 인식을 넘어서지 못했고, 20년간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한 가지 맛(소고기 육수)에 대한 저항(?)으로 새로운 대안을 소비자는 원하고 있었다. 이런 시점에 꼬꼬면이 나타난 것이다. 일단 신라면 블랙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그리고 국내시장에서 꼬꼬면의 상승세는 당분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싸움에서 농심은 심한 타격을 받았다. 그래도 여전히 라면 시장 점유율 1등인 농심이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지 아니면 새로운 1등이 등극할 것인지 라면업계는 흥미진진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6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