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3-10-01 10:08:53 ]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협상을 자주 한다. 주택을 구매할 때, 물건을 살 때 등. 하지만 매번 성공적인 협상을 하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협상에서 최후의 보루를 잘못 선정하였거나 정확하게 선정하지 못한 점이 원인이다.
협상에서 자신이 취할 최후의 보루를 ‘바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라고 한다. 바트나는 진행하는 협상이 실패했을 때 협상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말하는데, 상대방 동의 없이 자신의 이익을 만족할 대안으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최후의 보루다.
우리가 협상하다 보면 상대의 강한 힘에 눌려 손해 보는 협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려면 당연히 거절해야 할 합의에 동의하지 않도록 자신을 보호할 최저선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최저선을 정하는 일이 불합리한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게 해 주는 이점이 있지만, 반면에 약점도 만만찮지 않다는 점이다.
최저선을 정할 때, 모든 협상에는 대안이 하나 이상 있게 마련인데도 최저선을 미리 정해서 융통성과 더 나은 협상 기회를 잃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집을 매매할 때 2억 이상을 최저선으로 정하면, 전세, 월세 등 다양한 매매 조건에 따른 협상 이익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바트나는 협상에 임하기 전에 충분히 고려하여 설정하고, 협상 과정에서도 지속해서 변경하기도 한다.
바트나를 이용한 협상 전략은, 대안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협상의 힘은 대안의 차이가 될 수 있다. 즉 내게 많은 바트나가 있으면 협상력이 높아진다. 또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압박할 수 있다. 이때 조심해야 할 점은 너무 직접 자신의 바트나를 공개하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아진다. 또 자신의 바트나가 나쁠 때에는 최대한 협상을 빨리 끝내야 유리하다. 상대가 내 바트나 내용이 좋지 않다는 점을 알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바트나를 활용한 성공적인 사례가 바로 청계천 복원 사업이다. 청계천 복원 사업이 발표됐을 때 상인들은 영업 손실 보상금으로 10조 원을 서울시에 요구하였다. 당시 서울시 재정으로는 사업비를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상인들의 보상금까지 제공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서울시는 두 가지 조건과 바트나를 개발하였다.
첫째 조건은 황학동 만물시장과 문정동 물류단지에 점포부지를 제공하는 것이고, 둘째 조건은 업종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상인들은 서울시가 내놓은 두 가지 조건에 합의하지 못하여 서울시와 대립관계가 됐다. 그러자 서울시는 바트나로 청계천 복원공사 취소와 청계고가 보수공사라는 대안을 내세워 협상을 제시하였다. 상인들은 순간 고민했다. 어차피 안전문제로 청계고가 보수공사를 해야 하고 그럴 경우 공사 기간 중 장사에 영향을 받고, 공사 기간도 장기화하며, 어떠한 경제적 지원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청계천 복원을 할 경우, 공사 기간 중 장사에 영향을 받는 점은 같지만, 공사 기간이 단기화하고 경제적 보상과 업종 전환 기회가 주어지기에 상인들로서는 서울시가 내세운 바트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김만호 집사
경영학 박사
제24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35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