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3-03-20 15:57:57 ]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불확실한 사건에 관해서 미리 제시한 기준점을 바탕으로 1차적인 예측이나 판단을 한다. 이후 이런 예측이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재차 조정하지만, 그 조정하는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를 ‘기준점과 조정’, ‘닻 내림 효과’, ‘기준점 휴리스틱’이라고 한다. 배를 항구에 정박할 때 닻을 내리면 배는 파도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긴 하나 특정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즉 사람들은 제시한 기준점이 어떠하냐에 따라서 기준점을 중심으로 제한된 선택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점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전혀 상관없는 정보라도 영향을 끼친다. UN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을 어림잡아 보라는 실험에서 무작위로 10과 65라는 숫자를 기준점으로 제시했을 때, 10이라는 숫자를 받은 그룹에서는 25%, 65라는 숫자를 받은 그룹에서는 45%라고 비유다. 무작위로 준 숫자와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을 예측하는 것은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이런 차이가 생겼다.
광고에서는 이 같은 인간의 불완전한 선택 경향을 이용하여 다양한 차별성을 제시하며 고객의 선택을 유도한다.
■고추장은 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기준
기존 고추장은 밀가루로 만들었다. 그래서 소비자가 고추장을 선택하는 기준점은 ‘가격’ 하나뿐이었다. 따라서 가격으로만 모든 선택을 하는 시장에서, 청정원은 우리 쌀로 만들었다는 새로운 선택 기준점을 제시하였고, 고객은 ‘우리 쌀로 만들었느냐, 안 만들었느냐?’라는 새로운 기준점으로 고추장을 선택하게 되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과거 소비자는 침대를 살 때 가구 전문점에서 일괄 구매했다. 신혼집이나 일반 가정에서 가구를 사면, 가구를 사들인 그 업체에서 침대도 같이 구매하는 게 기존 고객이 선택하는 기준점이었다.
그런데 에이스침대는 침대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회사여서 바로크, 보르네오와 같은 자금력 풍부한 종합가구업체를 상대로 승부를 걸 수 없었다. 그래서 침대는 ‘가구’라는 기준점을 ‘과학’이라는 새로운 기준점으로 옮겨서 전혀 다른 기준점에서 고객이 선택하게 하였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므로 가구전문점에서 구매하면 상당히 불합리하고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소비자가 하게 하였고, 침대만큼은 에이스에서 사자는 인식을 박히게 만들었다.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거나, 기존에 있는 제품과 차별을 두려면 지금까지 통념적으로 제시한 기준점을 새롭게 정립하거나 바꿈으로써 시장에서 선점할 수 있다.
/김만호 집사
경영학 박사
제24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33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