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경영학] 브랜드 마니아를 만드는 소비 심리

등록날짜 [ 2013-12-24 10:01:42 ]

2010년 발매한 아이폰4의 첫날 판매량은 전 세계적으로 약 150만 대라 예상한다. 미국 내 아이폰4 구매자 중 77%가 아이폰 구형 모델에서 업그레이드한 사람일 정도로 아이폰은 열혈 팬이 많다.

이들 열혈 팬은 게임, SF 영화, IT 기기에 열광하는 20대 전후인 젊은 층으로 일명 ‘팬보이(fanboy)’라 칭한다. 팬보이들은 아이폰 모델을 새롭게 출시할 때마다 애플 스토어에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장사진을 연출한다. 현재 애플과 경쟁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도 애플 정도는 아니어도 해외에서는 소비자가 급증하며 자생적인 팬보이가 생겨났다.

팬보이를 한 예로 최근 브랜드 마니아들이 늘어났다. 이들은 단순히 자신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넘어 브랜드가 자기 정체성을 대변해 준다고 간주해 한 브랜드만을 고집한다. 따라서 유명한 브랜드, 명품 브랜드, 잘나가는 브랜드 혹은 주변에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최근 영국 BBC방송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슈퍼브랜드의 비밀’에서는 애플 팬보이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으로 스캔한 결과, 애플 기기들을 보여줬을 때 뇌의 특정 부위가 밝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새로운 기기를 작동할 때 마약과 같은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브랜드 마니아 현상은 아이팟 같은 첨단 IT 제품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평소 저렴하게 구매해 먹는 물을 5~10배 이상 고가로 판매하는 기능성, 프리미엄 생수가 요즘 인기다.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잘 나가는 부류집단들에 대한 ‘모방심리’, 혹은 구매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내 이미지라고 착각하는 환상, 혹은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믿을 수 있다고 여기는 인지적 편향 때문이다.

정작 명품 핸드백이나 스포츠카와 달리 먹는 물인 생수(生水)는 눈으로 쉽게 구분하거나 맛으로 그 차이를 인식하기 어려워 객관적인 검증이 어렵다. 이럴 때 소비자들이 명품이라 판단하는 기준으로 가격, 원산지 혹은 기능성 같은 ‘가시적 표상’에 의존한다. 즉 미네랄이 풍부한 ‘기능성 생수’라는 진위는 따지지도 않고 그냥 믿어버린다. 특히 고가 제품이라는 ‘연상 효과’를 가져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라면 저렴한 제품에 비해 합당한 대가를 받으리라는 보상심리가 작동한다. 즉 비싼 가격에 합당한 명품이라는 기대심리가 발동해 무의식적으로 더 좋은 제품이라고 판단한다.

또 요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스몰 럭셔리(small luxury)라는 소비패턴이 유행한다. 요즘처럼 불경기가 지속되면 수십만 원 하는 식사나 수백만 원 하는 명품 가방을 소비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그러나 자신의 가치를 높여주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이 나온다면, 가능한 한 최고급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심리를 반영한다.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원천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특히 SNS라는 미디어 자체보다는 이들 미디어와 결합한 대중들의 집단적인 참여로 감정적 충격이 발생하며, 잇따라 비논리적 비약을 양산한다. 이러한 비논리적 비약을 기업 입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의 비논리적 비약을 이끌어낼 때 단순히 브랜드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차원을 넘어서 마니아가 되도록 한다.


김만호 집사
경영학 박사
제29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36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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