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03-04 14:28:41 ]
기업들은 고객의 소리에 언제나 민감하게 귀를 기울인다. 별도로 조사팀을 구성하여 설문지 또는 면담으로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여 제품을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개선하기도 한다. 그런데 고객이 거짓말을 하여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고객이 일부러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고객이 주장한 의견을 반영하여 성공을 거둔 제품보다는 실패를 경험한 제품과 서비스가 더 많다.
예전에 국내 여성잡지 <마리안느>가 창간 17호를 끝으로 부도를 냈다. <마리안느>가 낸 부도는 다른 잡지와는 사정이 많이 달랐다. <마리안느>는 창간 전 철저한 시장조사를 하였고 주부들이 천편일률적인 루머 이야기에 식상해 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유익한 정보만 제공한다면 정기구독을 하겠다”는 설문 응답자가 무려 95%에 달했다. 이에 고무된 편집부는 독자들 요구에 맞게 ‘무 섹스, 무 스캔들, 무 루머’라는 삼무(三無)정책을 기조로 명품 여성월간지를 출간했다. 그러나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은 잡지를 구매하지 않았고 결국 모두 외면하여 부도를 냈다. 1991년 패스트푸드 전문회사인 맥도날드는 고객 설문조사 결과 다이어트 햄버거에 대한 수요가 의외로 많다는 점을 파악하고 다이어트 햄버거인 ‘맥린’을 출시했지만 그 역시 실패했다.
반대로 고객 모두 반대하던 제품이 성공한 사례가 있다. 2차 대전 중 지프(Jeep)를 군납해서 크게 성장한 아메리칸모터스(AMC)는 종전(終戰)으로 군납할 기회를 잃자 기업이 생존할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했다. 일반 소비자에게 지프를 팔려고 수차례 ‘지프를 사겠느냐?’는 설문조사를 해 보았지만 답은 ‘미쳤냐?’였다. 다른 차를 만들 기술이 없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던 아메리칸모터스는 결국 지프를 시장에 팔기로 했다. 그런데 ‘정신 나갔느냐?’고 반문하던 설문 참가자들이 밀물처럼 몰려와 지프를 사갔다.
우리가 잘 아는 김치 냉장고 역시 처음에는 모든 고객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한 제품이었다. 원래 김치 냉장고를 처음 개발한 회사는 LG전자다. 미국에서는 세컨드(Second) 냉장고라고 하여 집집마다 기본 냉장고 말고 다른 용도로 냉동고 또는 작은 냉장고를 들여서 사용한다.
LG전자 역시 이러한 세컨드 냉장고가 한국에도 필요하리라 판단하고 제품을 개발하였다. 그러나 설문조사에서 모든 고객이 “냉장고가 굳이 2개씩 필요하겠느냐”고 응답하였고, 더욱이 김치만을 보관할 냉장고가 필요 없다고 응답하였다. 결국 LG전자는 제품 개발을 중단했다. 그런데 현재 집집마다 냉장고 크기만큼 큰 김치 냉장고가 하나씩 더 있다. 고객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고객이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다.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뇌가 3개씩 존재한다. 이러한 뇌가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의사결정을 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이 3개의 뇌에 대하여 설명하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살펴보겠다.
/김만호 집사
경영학 박사
제29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37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