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경영학]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고객

등록날짜 [ 2014-07-01 13:38:28 ]

생존본능을 일깨우는 아날로그 감성
편리함이 고객의 최우선 가치는 아냐

짧은 거리도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왜 제주 올레길에서는 걸으려고 할까? 인간은 편안함을 추구한다. 그래서 편안함을 제공하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한다.

인간은 이성보다 감정을 우선하게끔 생존본능이 발달했다. 선사시대 수렵생활을 할 때는 어떠한 위협 요소를 등한시하면, 생명에 큰 지장이 오므로 생존본능을 모든 것에 우선시했다. 이러한 생존본능은, 배부름보다는 혹시 모를 배고픔을 더 두려워하고 피하도록 발달했다. 즉 안전보다는 혹시 모를 불안을 더 중요시하며 회피했다. 이것은 일종의 손실회피 성향으로, 현대인에게도 종종 나타난다. 현대사회는 생명에 불안을 주는 요소를 많이 제거했다. 그래서 이득보다 만약에 있을 손실이나 손해를 될 수 있으면 피하려 한다.

문제는 풍족한 먹거리,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통신, 교통수단 발달과 같은 물질적 풍요에서 오는 편안함 덕분에 불편에 대한 내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조금만 불편한 기색이 보여도 쉽게 불안해하고, 불편을 제거하려고 호들갑을 떤다. 예전에는 편안함이 생존본능에 유리하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간은 오히려 편안함이 생존에 불리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불편함을 추구한다.

경영학에도 이런 상황이 적용된다. 집이나 사무실 가구는 수려한 디자인은 물론 고급스러운 목재를 사용한다.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이라면 가격은 껑충 뛴다. 백화점이나 가구전문매장에 손쉽게 방문하여 준비된 표본가구를 본 후 주문만 하면 끝이다. 집까지 배달은 물론 간단한 조립까지도 알아서 척척이다.

하지만 2014년 하반기 국내매장 오픈을 계획하는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는 정반대다. 글로벌 가구 공룡이라고 불리는 이케아는 불편함으로 전 세계를 장악했다. 이케아 가구는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한데, 이 가격을 가능케 한 원동력은 다름 아닌 ‘고객을 일하게’ 하는 것이다. 3시간 동안 매장을 돌아다니며 직접 고른 가구를, 카트로 끌고 와서 계산 후 집으로 배달되면 직접 조립까지 하게 한다. 북유럽의 세련된 디자인 제품을 싼값에 살 기회이기에 고객은 기꺼이 번거로운 과정조차 달콤하게 받아들인다.

특히 이케아 가구를 사서 조립하는 과정이야말로 고객이 흥미를 느끼는 요소다. 이케아 가구를 일컬어 성인용 ‘레고’라거나, 이케아 매장을 ‘스웨덴식 디즈니랜드’라고 부르는 이유다. 값이 싸고 디자인 훌륭하고 품질 좋으면서 재미까지 있는 이케아는 아날로그다. 디지털 가구보다 불편하지만 재미를 주기에 승승장구한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불편을 제거해서 생존본능을 높이지만, 반대로 불편함은 인간의 생존본능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얼마든지 가이드와 자동차를 이용해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으면서도 굳이 ‘걷는’ 불편함을 감수한다. 현대 사회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힐링 캠프, 올레길, 걷기여행이 인기인 이유다.


/김만호 집사
경영학 박사
제29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39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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