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11-04 13:32:33 ]
몇 해 전 유해성이 있다며 먹거리 논란이 일던 트랜스지방은 트랜스(Transformation(변형)의 준말)라는 이름 그대로 액체를 고체로 바꾼 지방이다. 즉, 트랜스지방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인 식물성 지방에 수소를 인위적으로 첨가하여 고체화한 물질로, 운반과 저장이 쉽고 고소한 풍미와 바삭한 식감을 준다. 우리가 흔히 아는 마가린, 쇼트닝, 가공 치즈가 식물성 기름을 고체화한 제품이다.
■식물성이니까 안전할까?
식물성 지방은 삼겹살의 포화지방보다 훨씬 더 유해하다. 트랜스지방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여러 질병이 생긴다. 지방과 관련된 비만, 당뇨, 동맥경화, 관상동맥 심장질환, 간기능 장애를 일으키며, 전립선 질환, 남성호르몬 감소, 면역력 약화, 기억저하, 학습능력 퇴보를 일으킨다.
가장 심각한 질환은 심장병이다. 트랜스지방은 나쁜 콜레스테롤(LDL)은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낮추어 심혈관이 막히는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트랜스지방의 섭취가 2% 늘면, 심장병 발생률이 25%나 증가한다. 또 임산부가 섭취한 트랜스지방은 태아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두뇌발달에 손상을 입힌다.
■‘트랜스지방 0’이라도 전혀 없는 게 아니다
요즘 나오는 과자들에서 ‘트랜스지방 0’이라는 글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트랜스지방 0’과 ‘트랜스지방 전혀 없음’은 다른 의미이다. 현 식약청 기준으로 ‘1회 섭취 기준 0.2g 이하’이면 ‘0’으로 표시할 수 있다. 과자 봉지에 쓰인 ‘1회 섭취 기준’은 대개 과자 한 봉지가 아니라 과자 하나가 기준이다. 따라서 10개들이 과자라면 10회라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한 개에 트랜스지방 0.2g이 포함된 과자 한 봉지에 10개가 들어 있다고 하자. 식약청 기준으로 이 과자는 ‘트랜스지방 0’으로 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앉은 자리에서 과자 한 봉지를 다 먹는다면 트랜스지방 2g을 먹는 것이다.
■트랜스지방, 피하는 것이 최선
트랜스지방 섭취가 해로운 점은 반감기(물질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에 있다. 트랜스지방의 반감기는 51일이다. 트랜스지방 섭취를 극심하게 제한한다고 해도, 위의 과자를 예로 들었을 때 과자 한 봉지(트랜스지방 2g)를 다 먹었다면 51일 후에도 트랜스지방 1g은 몸속 어딘가에서 여전히 혈관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트랜스지방 섭취를 성인의 경우 하루 2g, 어린이는 1.8g 이하로 제한하였다. 그러나 마가린 바른 토스트 한 장만 해도 트랜스지방을 3g 섭취한다. 제품 100g당 트랜스지방은 전자레인지용 팝콘 11g, 도넛 4.7g, 감자튀김 2.9g으로 허용치를 쉽게 넘는다. 마가린과 흰 밀가루, 백설탕을 반죽해 쇼트닝으로 고온에서 튀겨 낸 도넛 역시 심장 건강에 치명적이다.
트랜스지방과 고온에 가열된 기름 모두가 우리 몸에 독이다.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바삭한 튀김, 고소한 머핀, 케이크, 쿠키까지 트랜스지방이 듬뿍 들어 있는 식품들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 백해무익함은 담배에 견줄 만한데도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자주 손쉽게 먹고 마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김형주 집사
(약사, 61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40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