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12-30 15:06:03 ]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기업 코카콜라는 자본주의의 대명사라고 지칭할 정도로 상품이 갖는 위력 또한 대단하다. 사실 코카콜라를 마시지 않는 국가는 세계에서 북한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널리 보급되었다. 이런 코카콜라 기업도 한때 고객 문화를 잘못 이해해 회사의 명운을 걸 정도로 위기에 봉착한 적이 있었다.
■뉴 코크 vs 클래식 코크
1980년대, 코카콜라에 밀려 시장에서 2인자 자리에 머무르던 펩시는 ‘펩시 챌린지’라는 소비자 홍보로 코카콜라를 압박했다. 소비자들에게 눈을 가리고 펩시와 코카콜라를 마시게 한 후 맛이 더 좋은 제품을 선택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여기에서 펩시가 많이 선택되자 펩시는 흥이 났고 코카콜라는 초조해졌다.
코카콜라는 청량음료 시장을 완벽히 석권하려고 새로운 콜라 맛을 연구했다. 그 결과, 코카콜라가 가진 톡 쏘는 맛이 소비자에게 부담이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톡 쏘는 맛이 약간 덜한 상품을 내놓았다. 펩시 챌린지에서 많이 선택된 펩시콜라가 묽고 달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전국 코카콜라 애호가들이 거세게 저항하고 나섰다. 그들은 과거에 톡 쏘는 맛이 일품인 코카콜라를 마실 권리를 달라고 주장했다. 소비자에게 권리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대대적인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애호가들을 설득하거나 방관하기라도 하면 코카콜라 판매량에 엄청난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었고, 회사의 명운을 달리할 정도로 심각한 사태에 이를 수도 있었다.
코카콜라는 사태 수습 대안으로 코카콜라를 두 종류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코카콜라에는 ‘클래식 코크(Classic Coke)’라고 표시하고 새로 선보인 코카콜라는 ‘뉴 코크(New Coke)’라고 표시해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들어 주기로 했다. 두 종류의 맛을 비교한 결과 클래식 코크는 톡 쏘는 특이한 맛이 있어 약간 밋밋한 뉴 코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소비자 문화 수용으로 위기 극복해
코카콜라는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해 사태를 수습하고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주는 교훈적인 의미가 크다. 코카콜라가 뉴 코크를 내놓은 이유는 간단했다. 신세대는 코카콜라의 톡 쏘는 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계산 아래 신세대를 겨냥한 상품개발전략이었다. 많은 예산을 투자해 새로운 상품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소비자의 저항이었다. 상품개발의 실패라는 결과만 남겨 놓았다.
코카콜라가 실패한 원인은 간단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코카콜라라는 맛 문화에 정착된 소비자 문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코카콜라는 소비자 문화를 잘못 이해해 실패했지만, 소비자 문화를 다시 수용해 사태를 수습했다. 소비자 저항에 부딪혔을 때 경영진 일부는 신세대를 겨냥한 뉴 코크로 밀고 나가자고 주장했다. 성공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실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뉴 코크 시대라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다면 성공이 가능했겠지만 새 문화 창조에 실패했다면 회사 운영도 실패하고 말았을 것이고, 자본주의 대명사라는 코카콜라의 의미도 희석되었으리라 판단된다.
/ 김만호 집사
경영학 박사
제27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41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