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식] 효자를 위한 민법의 배려 ‘기여분’

등록날짜 [ 2019-05-02 15:41:19 ]

#. 사안  A는 1982년부터 아내 D와 별거했다. 공장을 운영하며 D와 자녀들(B·C)에게 양육비나 생활비를 주지 않고, 고의로 공장을 여러 번 이전해 D가 자신의 거처를 모르게 했다. A는 적반하장으로 D에게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A는 D가 투병생활을 할 때에는 물론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딸 B는 2002년 취직해 어머니 D에게 매달 생활비 70만 원을 주고 2006년부터 자기 집에서 D와 살았다. 아들 C 역시 한의원을 운영하며 2003년부터 매달 생활비 100만 원을 보냈고, 2억 원을 주기도 했다. D가 병원에 입원하자 B와 C는 병간호와 치료비 일체를 부담했고, 2010년 사망하자 장례비도 모두 부담했다.

D는 상속재산으로 3억 원가량이 있었다. D의 사망으로 법정상속인이 된 A는 D 명의의 상속재산을 알게 된 후 상속재산분할을 청구했다. 이러한 경우 자녀들(B·C)은 어떤 주장을 할 수 있을까?

▶민법에는 배우자를 제외하고(배우자의 상속분은 50% 가산됨), 다른 공동상속인 간에는 상속분이 동일하다. 위 사례에서 A의 상속분은 1.5이고, B와 C의 상속분은 각각 1이 된다. 이대로 상속된다면 A의 상속분은 1억2800만 원가량이다.

일률적인 상속분 제도의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기 위해 ‘기여분 제도’가 있다. 기여분이란 피상속인(사망자)의 재산 형성과 유지에 특별히 기여했거나 피상속인을 부양하는 데 특별하게 도움 준 이가 있다면 상속재산 중 일부 또는 전부를 먼저 분배하는 제도를 말한다(민법 제1008조의 2).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여분이 인정되려면 상속분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다거나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도움을 줬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성년인 자가 부양의무의 존부나 그 순위에 구애됨이 없이 스스로 장기간 그 부모와 동거하면서 생계유지의 수준을 넘는 부양자 자신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부양을 한 경우 부양의 시기, 방법, 정도 면에서 각기 특별한 부양이 된다고 보아 각 공동상속인 간의 공평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그 부모의 상속재산에 대하여 기여분을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7므513 판결).

기여분은 모든 공동상속인이 협의하지 않는 한, 기여자의 청구에 의해 가정법원이 결정한다. 기여분을 인정받으려면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와 함께 기여분 청구를 해야 한다. 기여분이 인정된 공동상속인은 상속재산 중 기여분만큼 재산을 먼저 받고, 남은 상속재산 중에서 구체적 상속분만큼 상속재산을 분배받게 된다.

위와 유사한 실제 사례에서 서울가정법원은 아내 D의 상속재산 중 자녀(B·C)의 기여분을 40%씩 인정하고 남은 20% 재산을 각자의 상속분대로 분할했다. 결국 A의 최종 상속분은 2500만 원가량 된다. A가 상속재산의 유지·증가에 전혀 기여하지 않았더라도 상속이 모두 부정될 수는 없기에 상속재산 액수를 대폭 줄인 것이다.


/심준보 집사(부장판사, 50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62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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