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2-02-23 12:09:52 ]
<사진설명> 생애 마지막 헌혈을 위해 침대에 누운 제임스 해리슨. 호주의 아기 240만 명이 1173회에 달한 그의 헌혈로 살아날 수 있었다.
2003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피를 헌혈한 사람’으로 기네스에 오른 사람이 있다. 바로 ‘황금 팔을 가진 사람’이라고 불리는 호주 출신의 제임스 해리슨(James Harrison)이다. 그는 1954년부터 헌혈하기 시작해 60여 년에 걸쳐 꾸준히 헌혈을 했다.
제임스는 14세 때 받은 수술을 계기로 헌혈을 시작했다. 당시 제임스는 폐 일부를 들어내는 큰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당시 과다출혈로 피를 13리터 수혈받아 살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의 헌혈로 살아난 제임스는 이때부터 자신도 피를 나누리라 다짐하고 헌혈할 수 있는 18세 때부터 헌혈을 시작했다.
그런데 제임스의 피에는 특별한 것이 있었다. 바로 ‘신생아 용혈병’의 항체였다. ‘신생아 용혈병’은 산모의 혈액형이 Rh-, 태아의 혈액형이 Rh+일 경우 발생하는 증상인데, 산모의 혈액이 태아를 공격해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거나 유산하게 하는 병이다. 치료 방법이 없어 해마다 수많은 아기가 유산되거나 죽었는데,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항체가 제임스의 피에 있었던 것이다.
의사들은 해리슨이 헌혈한 혈장으로 산모들을 치료할 백신인 Anti-RhD를 만들어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 하지만 항체를 직접 만드는 것은 실패해 해리슨의 피가 계속 필요했고, 해리슨은 이 사실을 알고 평생에 걸쳐 두 주마다 혈장 헌혈을 한 것이다.
해리슨이 헌혈을 한 번 하면 아기 2000여 명이 살 수 있었다. 그의 혈장으로 만든 백신을 맞아 생명을 얻은 아기는 240만 명이 넘고 제임스의 딸도 임신했을 당시 이 항체로 치료를 받았다. 지금도 치료제로 쓰이는 Anti-RhD 백신은 모두 제임스의 팔에서 나온 것이며, 제임스에게 ‘황금 팔을 가진 사람’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의 헌혈로 한 생명이 살았고, 그 사람의 헌혈로 수백만 명이 생명을 얻었다. 제임스는 호주 기준에 따른 80세까지 헌혈했고 그 횟수는 1173번에 달한다. 이 기록은 기네스에 올라 있다.
1000회가 넘도록 헌혈한 제임스는 ‘바늘 공포증’이 있어 바늘이 자기 몸에 들어오는 것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바늘을 꽂을 때면 간호사나 천장을 보면서 무언가를 중얼거려야 할 만큼 무서워했으나, 두려움을 이기고 헌혈한 것이다. 2018년 마지막 헌혈을 마친 제임스는 “허락만 된다면 계속 헌혈하고 싶고, 자신의 기네스 기록도 깨지기를 바란다”며 헌혈에 동참해 줄 것을 독려했다.
헌혈은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급증하면서 헌혈량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연세중앙교회에서는 3월 1일(화) 제4회 ‘연세가족 생명 나눔 헌혈의 날’을 연다. 이날 많은 예수가족이 마음 모아 피가 부족해 죽어 가는 많은 이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헌혈을 통해 예수 복음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위 글은 교회신문 <73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