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시집이 아니라 통곡이다

등록날짜 [ 2008-07-01 16:02:52 ]


이 시집은 탈북시인 장진성 씨가 썼다. 그는 북한에서 김정일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시인 이었다. 그러나 그는 가장 가난한 나라에 가장 부유한 왕이 살고 있음을 알고 자신이 누리던 모든 행복이 노예의 행복임을 깨달은 후 탈북을 선택, 마침내 2004년 남한으로 입국하게 되었다. 두만강을 넘을 때 신분노출이 우려되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 상식이지만 그는 남한으로 가면 반드시 300만 아사(餓死)를 폭로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북한에서 메모한 글을 품고 왔고 그 내용 중 일부인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라는 시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수많은 네티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 시집은 온통 밥과 굶주림, 그 굶주림에 의한 죽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시집이 아니라 통곡이다”라고 외친 남한의 어느 시인처럼 이 시집은 읽기가 고통스럽다. 눈물조차도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시 한편 한 편마다 너무나 큰 고통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밥이라면
시퍼런 풀죽으로만 알던 아이
생일날 하얀 쌀밥 주었더니
싫다고 발버둥치네
밥달라고 내 가슴을 쥐어뜯네
(‘밥이라면’ 전문)


저자는 “자연재해도, 전쟁도 아닌 평화의 일상 속에서 300만이 굶어 죽는 나라가 이 세상에 있음을 알고나 있는지... 과연 그들을 딛고 넘어 말할 수 있는 또 다른 정의와 양심은 무엇인가?”라고 묻고 있다. 이 시집을 읽으며 생존의 밥 한 그릇을 위해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을 기억하면서 다시금 우리 가슴속에 북한의 인권문제를 위해 기도하기를 바란다.

위 글은 교회신문 <13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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