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0-09-20 23:58:04 ]
마이클 샌델 著
김영사
정의(正義, Justice)란?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주제이다. 가치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가?” 하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30년간 하버드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마이클 샌델이다. ‘Justice(정의)’라는 그의 수업은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이며, 이 강의를 바탕으로 쓴 것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다.
샌델은 강의를 통해 구제금융, 안락사, 동성혼, 낙태, 대리출산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민감한 문제들을 사례로 들어가며 철학자들과 그들의 사상에 관해 학생들과 열띤 토론을 벌인다.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까?’ 그리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전제로 찬반 토론을 유도한다.
샌델은 다양한 사례들을 세 가지 방식으로 탐색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칸트, 제러미 벤담, 존 스튜어트 밀, 존 롤스까지 역대 사상가들의 철학을 통해 공리주의, 자유주의 그리고 미덕 관점이다. 이 셋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정의를 바라본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정의냐,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정의냐, 아니면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共同善)을 고민하는 것이 정의냐. 어떤 관점에서는 하나의 행위가 정의롭다고 생각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볼 때는 정의롭게 보이지 않는다. 샌델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관을 반영하여 미덕을 제일 중시하는 견해다.
이 책은 정의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나는 어느 철학자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무엇인가? 저자는 어려운 도덕 문제에 직면했을 때 옳은 행위가 무엇인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를 생각하라고 한다. 또 그 근거가 되는 원칙을 찾고 반박할 수 있는 상황을 고민하다 보면 자신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정의’에 대한 확실한 답을 찾지 못한다. 그 이유는 시대와 사회적 환경에 따라 정의를 움직이고 있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성경에 나오는 사사 시대처럼 자기 소견이 옳은 대로 행하고 그것이 정의라고 주장할 뿐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에게 정의는 명확하다. 그 기준은 하나님이시고 말씀을 통해서 그분의 정의를 명확히 보여준다. 하나님의 사랑이 그리스도인의 복음을 통해 땅끝까지 전해질 때 하나님의 정의가 완성되고, 그때 비로소 모든 사람은 행복하고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공동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하나님의 정의를 내세우면서 내 생각, 내 정의를 가지고 불의를 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기회를 준 책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20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