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3-03 13:05:56 ]
안수현 著/ 아름다운 사람들
“그의 영정이 걸리기 전부터 장례식장은 물밀듯 밀려오는 조문객으로 들어설 곳이 없었습니다. 그의 쾌차를 위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금식기도와 중보기도를 했던 사람들이 황망한 얼굴로 모여들었습니다. 그 한 분 한 분에게는 은밀히 베푼 수현 형제의 사랑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구두 닦는 분은 자신에게 항상 허리를 굽혀 공손하게 인사하는 의사는 그 청년이 평생 처음이라고 했습니다.”-본문에서
어떤 사람의 일생을 알고자 한다면 이 땅을 떠나는 마지막을 보라고 한다. 군의관으로 근무하다 유행성출혈열로 사망한 고(故) 안수현. 그는 세상 모든 것보다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 사랑을 실천함으로 33세라는 짧지만 굵은 생을 마감한다.
이 책은 그의 삶을 잊지 못하는 친구와 동료가 그의 메모와 글, 그리고 그를 기억하며 회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엮어놓았다.
병원에 입원한 어떤 아이의 생일에 케이크를 사 들고 찾아가 위로하며 복음을 전하는 모습 속에서, 깊은 밤이면 말기 암 환자의 침상 앞에 서서 예수님 영접하기를 기도하고 조용히 나가는 청년 의사의 사랑 속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느낀다. 그는 환자를 치료할 때 그들의 아픔을 헤아려 마음과 육체를 함께 치료하고, 남겨진 이들을 마음으로 안아주고 회복하는 데 다리 역할도 마다하지 않은 ‘참의사’였다.
의대 본과 시절 많은 공동체를 섬기고 하나님의 일에 충실하다가 결국 유급까지 감당해야 했던 바보 같은 사람. 그러나 환자를 위해서는 꼬박 밤을 새우며 환자들에게 기도해주던 바보의사. 의약분업 파업 때에도 동료의 따돌림도 마다하지 않고 그들의 생명을 위해 혼자 남아 날을 지새우며 중환자실을 지키던 바보의사.
그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를 만나든지, 어떤 환자를 대하든지 주님처럼 섬기며 최선을 다한다. 그의 평생 기도제목 중 하나는 ‘생명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였다. 그것은 사람에게 잘 보이고 도덕적으로 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코람데오(CORAM DEO)-하나님 앞에서 경외’라는 문구를 책상 앞에 붙여 두고 마음과 생각을 하나님께 고정하며 산, 하나님을 향한 약속이었다.
‘주님처럼 섬깁시다’라는 표어를 끊임없이 외치지만, 몸소 실천하기보다는 어색한 옷차림처럼 느낄 수밖에 없는, 말로만 기독교인인 우리의 행태를 부끄럽게 한 책이다. 정말로 하나님 앞에서 살고 있는가를 되돌아보게 한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가 오늘 하루도, ‘하나님 앞에서’를 기억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위 글은 교회신문 <23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