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꿈을 간직한 삶의 아름다움

등록날짜 [ 2011-07-12 13:02:56 ]


황선미 著/사계절

『마당을 나온 암탉』은 초등학교 고학년 동화쯤으로 여길 수도 있으나, 반복하는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는 “으라차차!” 힘을 불어넣어 줄 감동적인 우화다.

이 작품은 양계장에서 편하게 사는 것을 거부하고 마당을 뛰쳐나온 암탉 ‘잎싹’의 이야기다. 잎싹은 양계장에서 매일 알만 낳는 암탉이지만, 벌어진 양계장 문틈으로 보이는 마당 풍경을 점차 동경하고 자신도 마당에 나가 알을 품어보기를 소망한다. 그러면서 더는 알을 낳지 않겠다는 각오로 모이를 먹지 않다가 폐닭이 된다. 결국 주인 부부는 잎싹을 구덩이에 버린다.

깜깜한 밤, 누군가 잎싹을 노린다. 족제비다. 이때 마당에 사는 오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그들의 뒤를 따라다니던 청둥오리 나그네가 잎싹을 구해준다. 잎싹은 나그네와 함께 마당에서 살기를 원하지만 마당 식구들은 잎싹을 쫓아내고 만다. 잎싹의 유일한 친구인 청둥오리 나그네도 자신의 짝을 찾아 떠나버리고 잎싹은 혼자 남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잎싹은 숲에서 알 하나를 발견하고 자신의 알인 양 정성스럽게 알을 품는다. 그 알은 다름 아닌 나그네의 알이었다. 잎싹이 알을 품는 동안 청둥오리 나그네는 잎싹 주변을 지키다 결국 족제비에게 목숨을 잃고 만다.

태어난 새끼 오리를 돌보게 된 잎싹은 새끼 오리에게 ‘초록머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정성껏 돌보지만, 초록머리는 자라면서 자신의 정체를 의심한다. 결국 초록머리는 잎싹의 도움으로 청둥오리 떼에 끼어 북쪽으로 떠나고 홀로 남은 잎싹은 족제비의 먹이가 된다는 내용이다.

결말만 놓고 본다면 결코 유쾌한 동화는 아니다. 하지만 알을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보겠다는 소망으로 양계장을 나온 암탉 잎싹의 이야기에는 삶과 죽음, 소망과 자유 등 심오한 주제가 담겨 있다. 꿈을 간직한 삶의 아름다움과 당당함 그리고 지극한 모성애의 승화 과정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때로는 우리도 현재 삶에 안주하기보다는 마당을 뛰쳐나온 잎싹처럼 고생과 어려움이 따를지라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을 때가 있다. 

잎싹은 털이 빠진 채 연약한 몸과 힘든 환경에서도 끝까지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굳히며 나아갔다. 반면에 우리는 힘든 상황이 오면 얼마나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고 낙심하는가.

단지 조그마한 알 하나를 품으려고 그토록 모진 시련과 고통을 견딘 암탉 잎싹 앞에서 나의 나태함과 게으름, 끈기 없음이 부끄럽기만 하다. 늘 우리를 사랑하시고 지켜주시는 주님을 배경 삼고 가슴에 품은 꿈과 희망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삶이 되길 소망한다.

글/김보배

위 글은 교회신문 <24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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