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8-09 13:50:51 ]
김연희 著/
생명의말씀사
깊은 쌍꺼풀과 이마를 덮는 짧은 단발머리 소녀가 길쭉한 빵을 두 손으로 잡고 마냥 행복하게 웃고 있다. 인물 사진으로도 이렇게 예쁜 표지를 만들 수 있구나 싶을 정도의 해맑은 표정이다. 『메콩강 빈민촌의 물새 선생님』은 캄보디아 빈민촌 작은 마을에 들어간 젊은 선교사 이야기다.
어느 날 가정 형편이 어려운 평범한 여대생이 설교 한 편을 들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면서 선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말씀을 듣는데 그녀의 가슴이 불타올랐다. 그녀는 직장생활을 해 본 적도 없어 하나님께 드릴 물질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젊음의 십일조를 주님께 드리겠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인생의 십일조를 캄보디아 선교하는 일에 드리겠다고 결단하고 익숙한 삶의 터전을 떠나 1년 내내 덥고 열악한 환경의 나라로 떠났다. 스물 세 살이었다.
대학을 막 졸업한 철부지 여대생이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 먹이는 엄마가 되고, 말과 글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다. 이 책 어디에도 ‘정 많고 눈물 많은 물새 선생님’ 김연희 선교사의 사진은 없다. 대신 책을 넘길 때마다 캄보디아 빈민촌 아이들의 사진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책 속에는 김연희 선교사가 만난 캄보디아 빈민촌 아이들의 이야기가 흑백사진처럼 수수하게 펼쳐진다.
집에 쌀이 떨어져 며칠 동안 물만 먹고 핏기 없는 얼굴로 교회에 힘없이 앉아 있는 다섯 살 남자 아이, 형편상 하루 한 끼만 먹고 살다가 하루에 세 끼 밥과 반찬을 먹는 것에 놀라는 열두 살 소녀, 영양실조 때문인지 작고 마른 체구에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는 열 살 소녀, 병든 아버지를 위해 날마다 요리하며 친구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에 집에서 살림만 해야 하는 소녀, 학교 다니는 것이 소망이라는 소녀의 이야기.
김연희 선교사는 “빈민촌 아이들과 친구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했다. 만날 때마다 격려해 주고 기도해 주고 따뜻하게 품어 주어야 했다. 한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그를 사랑하면서 끝까지 참고 기다려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주님은 마치 사람을 차별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빈민촌에 보내신 것 같았다”고 고백한다.
배낭여행도, 외국 유학도 가고 싶었지만 물질의 어려움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그녀에게 하나님은 영어, 중국어, 태국어, 베트남어, 말레이시아어, 아랍어까지 다양한 언어를 배우게 하시고 다양한 민족의 친구들을 주셨다. 또 중국 대륙과 아랍권 사람들에게도 복음을 전하고 싶은 소망과 비전까지 심어 주셨다.
사랑하는 가족도 없고 익숙한 문화도 없고 모든 것이 불편한 나라에 복음을 들고 찾아가 ‘작은 소자’를 섬기는 김연희 선교사의 삶의 이야기는 신앙마저 이기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신선한 도전과 감동을 준다.
위 글은 교회신문 <25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