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낯선 곳에서 찾는 즐거움

등록날짜 [ 2013-03-12 11:06:18 ]


이병률 著/달

여행(旅行)은 무엇일까?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을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전에 나오는 말이고, 여행의 의미는 사람마다 큰 차이가 있다. 책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이병률 여행산문집)』에서는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여행은 시간을 버리거나 투자하는 개념이 아니다. 여행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내게 있어 여행은 시간을 벌어오는 일이었다. 낯선 곳에 도착하는 것은 우리를 100년 전으로, 100년 후로 안내한다. 그러니까 나의 사치는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감히 시간을 사겠다는 모험이다.”

저자는 시인이다. 시인의 여행 산문집은 시심(詩心)을 깨우는 감동을 준다. 저자는 ‘사랑은 여행이다’라고 정의 내린다. 사랑은 여행할 때만 삶에서 유효하다고. ‘인생은 나그넷길’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사람은 태어나서 평생 16만 킬로미터를 걷는다고 한다. 그 길이가 무려 지구 세 바퀴. 16만 킬로미터보다 더 넓은 가슴을 가진 한 사람이 내 앞에 있다는 것이 무척 좋았다.”

나도 그렇게 가슴이 넓은 사람과 대화하고 싶다. 그리고 발길 닫는 대로 떠나고 싶다. 저자는 낯선 나라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이 있다고 했다. ‘물(水)’과 ‘고맙다’라는 말. ‘물’은 여행자인 자신을 위한 말이고 ‘고맙다’는 말은 누군가를 위한 말이다. 목말라서 죽을 것 같은 상태도 싫고, 누군가와 눈빛도 나누지 않는 여행자가 되기는 싫기 때문이다.

“낯선 바람이 부는 곳에서 낯선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는 곳. 말이 통하지 않아도 좋고 세상 모든 물질이 차단된 곳이어도 괜찮다. 세상의 모든 확률 혹은 기준들이 점점 희박한 곳, 그곳이 파라다이스일지 모른다는 어떤 가능성만이 존재하는 곳으로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언젠가 다시 가야 할 곳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한다. 여행은 직진하는 것도 아니고, 백 미터 달리기처럼 백 미터를 다 왔다고 멈춰 서는 것도 아니라서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으니 다행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저자처럼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여행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다음을 기약하면서까지 여행을 거듭하기란 정말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지만 저자처럼,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의 삶과 생각과 그곳 풍습과 풍토를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은 닮고 싶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듯, 여행을 하면 구태의연한 풍토에 발목 잡히지 않고 항상 사람을 대할 때 신선한 기대감으로 대할 수 있는 것은 여행의 큰 장점이다.

비록 여행은 자주할 수 없을지라도 저자와 같은 여행자의 마음의 여유만이라도 닮고 싶다.

/정한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2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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